에너지등 56곳에 보고서 제출 명령
잉락 정권 임명 경영진 교체할 듯
정국 방향 밝힌 뒤 경제 장악 노려
타이 전역서 반군부 대규모 시위
잉락 정권 임명 경영진 교체할 듯
정국 방향 밝힌 뒤 경제 장악 노려
타이 전역서 반군부 대규모 시위
쿠데타로 정국을 장악한 타이 군부가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모양새다. 민정 이양까지 적어도 15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전임 정권이 임명한 국영기업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겠다고 나서는 등 경제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타이 군부는 5월31일 국영기업 사장단에게 이틀 안에 경영 전반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전임 잉락 친나왓 정권이 임명한 인사가 대부분인데, 군부는 ‘원하면 사임하라’고 못박아 사실상 경영진 교체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이 경제에서 국가 장악력이 높은 금융·운송·에너지 부문을 중심으로 모두 56개 업체 대표자에게 군부가 2일 정오까지 이틀 안에 경영현황과 투자계획, 향후 개선방안 등 경영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군부는 제출받은 계획안에 대해 3일까지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통보하기로 했다. 군부는 해당 기업 쪽에 ‘승인’ 이전까지 고위급 임원 인사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또 이사진 교체가 ‘경영 효율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군부가 보고를 요구한 기업에는 타이 재무부가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국영 원유·가스 업체인 ‘피티티-피시엘’과 서민 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저축은행’ 등이 포함됐다. 이들 업체 경영자는 모두 잉락 총리 정부에서 임명된 이들이어서, 군부가 경제계에서 전임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군부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모든 기업에 대해 경영검토 작업을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쿠데타 직후부터 군부가 “오는 2015년까지 연평균 6.3%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점에 비춰, 군부가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쿠데타를 주도한 쁘라윳 짠오차 타이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30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민정 이양에 앞선 정국 개선 방향을 2단계로 나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향후 2~3개월 안에 치안을 확보하는 한편, 내년 예산안 확정을 위해 조만간 과도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이후 새 헌법을 마련해, 그에 따라 총선을 치러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쁘라윳 총장은 민간정부로 정권을 넘기기까지는 “최소한 15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쿠데타 이후 그가 민정 이양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국가가 먼저이고 민주주의는 그 다음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과업을 마무리하면,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 탁신 계열인 반독재민주연합(UDD·붉은셔츠)은 1일 방콕 일대 8개 지역을 중심으로 타이 전역에서 대대적인 반군부 시위에 나섰다. 군부는 방콕 시내 주요 길목에 중무장한 군·경 38개 중대를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계에 나섰다. <에이피>(AP) 통신은 “시위대가 군·경의 경계가 느슨한 곳에서 수백명 단위로 몰려나와 ‘쿠데타 반대’, ‘자유’ 등을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며 “긴급 출동한 군·경도 시위대의 야유에 병력을 물리는 등 애써 충돌을 피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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