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부인 멜린다 게이츠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제123회 학위수여식 연단에서 축사 도중 ‘너드의 상징‘인 큼지막한 검은 뿔테 안경을 꺼내 끼고 있다. 이에 앞서 멜린다는 “여러분들(스탠퍼드 졸업생들)을 ‘너드’(nerd·한국의 ‘범생이’에 해당하는 미국 구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그런 딱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스스로 너드를 자처한다고 들었다”고 말했으며, 이를 이어받아 빌은 “우리(게이츠 부부)도 그렇다”고 말했다. (스탠퍼드=연합뉴스)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부인 멜린다가 15일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축사를 했다. 게이츠 부부는 전 세계를 무대로 빈곤 퇴치 사업을 벌이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의장이다. 부부의 공동 축사는 이례적인 일로, 스탠퍼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스탠퍼드 뉴스>가 전했다.
빌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중요하지만, 기술 자체를 위한 기술 혁신은 ‘디지털 디바이드’(경제·사회적 여건에 의한 정보 격차)라는 딜레마를 낳는다고 했다. 그는 “만약 부잣집 아이에겐 컴퓨터가 있고 가난한 집 아이에겐 없다면, 기술은 불평등을 깊게할 뿐”이라며 “기술은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로 199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빈민가 지역인 소웨토 방문을 들었다. 그는 “소웨토를 방문하고 내가 얼마나 순진한지 알았다. 나는 빈곤에 대한 통계는 봤지만, 가난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며 소웨토에서 전기와 수도, 화장실도 없는 판잣집에서 사는 이들을 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혁신 자체만으로는 세계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음을 이 일을 계기로 깨달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서도, 낙관은 고난을 이길 도구가 되고 혁신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지 않았다면, 낙관은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수 없다.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부인인 멜린다는 에이즈의 확산과 성매매 여성이 받는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부부는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멜린다는 “사람들이 여러분들을 ‘너드’(Nerd, 한국의 ‘범생이’, 컴퓨터만 아는 괴짜)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런 딱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스스로 너드로 자처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는 “우리도 그렇다”며 너드의 상징인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을 써서, 폭소를 불렀다. 이들 부부는 “공감이 (사회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낙관론을 새롭게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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