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러시아 통제 우크라 분리주의자 지역서 발사”
SA-11 지대공미사일 증거 찾아…러, 직접대응 안해
SA-11 지대공미사일 증거 찾아…러, 직접대응 안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킨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지원이 없이는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러시아에 책임을 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일”이며 “국제적 비극”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피격 여객기가 러시아가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의 통제 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러시아의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분리주의자들)이 중무장하고 훈련돼 있는 걸 안다”며 “이것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러시아의 지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가장 큰 통제권을 갖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그는 그 권한을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한 국제적 조사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물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조사관들이 현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러시아 지원 분리주의자들이 즉각적인 정전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우리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장소에서 운용되는 SA-11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 시스템을 작동하는데 러시아인들의 기술적 지원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SA-11 미사일은 러시아제 부크 미사일의 초기 버전이다.
이에 대해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결과를 예단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이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발사된 SA-11 미사일에 의해 여객기가 격추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결론은 미군 첩보위성이 탐지한 정보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확한 발사 지점과 누가 발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국방부 고위관리는 이 신문에 “우리는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국경 내 수 킬로미터에서 발사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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