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9일 밤 가자지구 전역에 탱크와 함포사격, 전폭기를 동원한 공습을 퍼부은 다음날인 20일 팔레스타인 의료진이 가자시티의 샤자이야 지역에서 부상자를 후송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이 ‘학살’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뒤 집중포화
어린이·여성 30여명 포함 ‘학살극’
‘팔’ 인명피해 사흘째 두배에 육박
어린이·여성 30여명 포함 ‘학살극’
‘팔’ 인명피해 사흘째 두배에 육박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13일째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400명을 훌쩍 넘어 급증하고 있다. 가자지구 동부 샤자이야에서만 하룻 밤 새 6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이후 인명 피해가 급격히 늘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새도록 가자지구 전역에서 탱크와 함포사격, 전폭기를 동원한 공습 등을 퍼부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집중된 가자지구 동부 샤자이야 지역에선 하룻 밤 사이 어린이 17명과 여성 14명 등 적어도 60명이 숨지고 200명이 다쳤다.
현지 인터넷매체 <마안통신>은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고위간부 칼릴 하야의 집을 포함해 샤자이야에 밤새도록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작전중’이란 이유로 부상자 이송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온 구급차까지 가로막아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구급차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수십구의 주검이 무더기로 가자시티 병원을 실려오고 있다”며 “시시각각 주검이 도착하고 있어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조차 정확한 사망자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즉각 성명을 내어 “샤자이야의 비극은 의도적 학살”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아랍연맹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스라엘군이 샤자이야에서 벌인 일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즉각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샤자이야와 인근 샤이프·누파 등지의 주민 수천명은 20일 날이 밝은 직후 걸어서 가자시티 쪽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잠정 집계 결과, 이스라엘의 공습 개시 이후 현지 유엔학교 등에 대피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6만15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외교부 쪽은 “샤자이야는 모두 140발 이상의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이 발사된 곳으로, 하마스가 테러에 활용하기 위해 파놓은 땅굴도 10여개나 발견됐다”며 “이미 여러차례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지만, 하마스가 주민들의 대피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의 공습 10일째였던 17일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30명 선이었다. 하지만 샤자이아를 비롯해 지난 17일 밤 지상군 투입 이후 가자지구 곳곳에서 수십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불과 사흘 만에 사망자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이어지는 지역에는 수습되지 못한 주검이 그대로 방치돼 있을 것”이라며 “구급요원 접근이 가능해지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상군 투입 이후 이스라엘 쪽도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19일 땅굴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오려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과의 교전 도중 병사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상군 투입 이후 이스라엘군 전사자는 7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파상공세를 이어가는 한편 70t이 넘는 초대형 불도저를 동원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등이 파놓은 땅굴 파괴작전도 벌이고 있다.
가자지구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유럽과 남미 각국에선 19일 대규모 이스라엘 비판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영국 런던에선 반전시위대 2만여명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행진을 벌였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위대가 행진을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해 38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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