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에 기체 뚫려 폭발적 감압”
‘누가 미사일 쐈나’ 규명 어려워
‘누가 미사일 쐈나’ 규명 어려워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는 미사일 파편들에 의해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뒤 기체 압력이 폭발적으로 내려가 추락한 것으로 블랙박스 분석 결과 드러났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장했다.
안드리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28일 “블랙박스 분석에 참여한 전문가로부터 나온 정보”라며 “여객기가 파편들에 강타당한 뒤 ‘대규모 폭발적 감압’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국제조사단은 피격 여객기의 블랙박스를 지난주 영국으로 옮겨 분석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리센코의 정보는 지난 주말 이뤄진 국제조사단의 데이터 분석 작업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조사관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블랙박스가 ‘기체 감압’의 증거를 담고 있을 수는 있지만, 급격한 감압이 미사일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블랙박스 분석이 ‘미사일에 의한 격추’로 나타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누가 미사일을 쐈느냐’를 말해주진 못한다고 <비비시>는 짚었다. 이런 점 때문에 국제조사단은 추락 현장의 잔해와 주검, 친러 반군 장악 지역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위성사진 등을 모두 검토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인도된 주검 이외의 자료 접근은 제한되고 있다.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기구 대표는 28일 성명을 내 “이번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는 국제법 위반이자, 현재 주변 상황을 고려할 때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과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서방 5개국 정상들은 이날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 뒤 러시아에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유럽연합(EU)이 이번주 안에 러시아 경제 핵심 분야에 대한 제재를 포함해 신규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도 마찬가지로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 은행과 군사기술 분야 등을 대상으로 3차 제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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