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에볼라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라이베리아 정부가 31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수도 몬로비아에 있는 한 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서성이고 있다. 몬로비아/AFP 연합뉴스
3개국 감염자 700명 넘게 숨져
라이베리아 등 비상사태 선포
미 CDC는 ‘여행경보’ 상향 조정
WHO, 1억달러 긴급 투입키로
라이베리아 등 비상사태 선포
미 CDC는 ‘여행경보’ 상향 조정
WHO, 1억달러 긴급 투입키로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는 전염병인 에볼라 출혈열(이하 에볼라)이 서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정부는 방역활동 강화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자금과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1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시에라리온 정부는 31일 에볼라 창궐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병력을 동원해 발병지역을 앞으로 60~90일 차단·격리하기로 했다. 해당 지역에선 공공행사가 제한되며, 감염인을 찾기 위해 군병력이 가택수색도 진행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 정부도 이날 같은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또 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시설도 잠정 폐쇄했으며, 필수인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30일 동안 의무휴가에 들어가도록 했다.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과 엘런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을 이날 전격 취소하고, 1일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서 열린 에볼라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에 참석했다. 세계보건기구 쪽은 이 자리에서 서아프리카 에볼라 방역활동을 위해 1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 3월 에볼라가 처음 발병한 기니를 비롯해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 방역 전문인력 5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또 이들 3개국에 대해 기존의 ‘여행 주의보’(레벨-2)를 최고 단계인 ‘여행 경보’(레벨-3)로 상향 조정하고, 필수 의료진 등을 제외하고는 여행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토머스 프리든 질병예방통제센터장은 <가디언> 등과 한 인터뷰에서 “최상의 시나리오에 따라 방역작업이 이뤄진다 해도, 에볼라 발병이 잦아들 때까지는 향후 3~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조처는 최근 이들 국가에서 감염자 발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4~27일에만 122명이 추가 발병해, 이 가운데 57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세계보건기구가 31일 내놓은 최신 집계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이후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모두 1322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728명이 숨졌다. 특히 일부 지역에선 에볼라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전염됐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방역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과거 에볼라 발병 때는 특정 지역에 한정돼 감염됐는데, 이번엔 3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 해당 국가는 물론 국제사회도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화를 키우고 말았다”고 짚었다.
1976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강 계곡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발병해온 에볼라는 치사율이 50~9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고열·구토·설사 증세와 함께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염인의 혈액이나 침·땀 등 체액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볼라가 치명적인 이유는 현재까지 예방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병 초기에 감염인을 격리하고, 외부접촉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전염을 막는 데 급선무다. 이어 추가 발병이 사라질 때까지 감염인이 접촉한 모든 사람을 추적·격리하는 조처를 되풀이하는 것이 에볼라를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서아프리카 ‘에볼라’ 감염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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