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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킬링필드’ 주역들 35년만의 심판

등록 2014-08-07 19:45수정 2014-08-07 20:55

캄보디아·유엔 특별법정
폴 포트 사망 뒤 살아있던
크메르루주 정권 최고위층
누온 체아 전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 전 주석에 ‘종신형’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 학살과 기아로 15만~2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크메르루즈(붉은 크메르라는 뜻. 공식 이름은 캄푸치아공산당) 정권 최고위층에 대한 실질적인 첫 단죄가 35년 만에 이뤄졌다.

유엔(UN)과 캄보디아 정부가 함께 구성한 특별법정(ECCC)은 7일 프놈펜에서 누온 체아(88) 전 캄푸치아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3) 전 국가주석에게 반인도주의 범죄 혐의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날 특별법정의 닐 논 재판장은 두 피고인이 “살인과 정치적 박해를 저지르고 강제 이주와 인간 존엄에 대한 공격 같은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중형을 선고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캄보디아 특별법정은 2012년 집단학살과 고문 등으로 수감자 1만6000명 중 대부분을 숨지게 한 투올슬렝 교도소의 책임자 캉 켁 이우한테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그는 크메르루즈 정권 최고위층은 아니었다. 크메르루즈 최고 지도자인 폴 포트는 1998년 타이 국경 정글에서 숨졌고 군 사령관 타 목과 이엥 사리 전 외무장관은 각각 2006년과 지난해 사망했다. 따라서 누온 체아와 키우 삼판은 크메르루즈 정권 최고위층 가운데 단죄가 가능한 마지막 생존자들이었다.

이날 재판은 크메르루즈 집권기인 1975~1979년 추진된 프놈펜 주민 강제 농촌이주 및 강제노역에 집중됐고,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2차 재판은 올 연말에 따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크메르루즈는 집권기에 캄보디아 국민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켜 강제노역과 굶주림에 시달리게 했으며, 지식인 계층과 이전 정부 관계자 등을 학살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안경을 썼다거나 외국어를 한다는 이유로 처형 당한 사례도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크메르루즈 집권기 동안 기아 또는 학살로 숨진 이들의 숫자는 연구에 따라 최소 15만명에서 많게는 당시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명까지 엇갈린다. 당시의 참사는 1980년대 할리우드 영화 <킬링필드>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우리 의뢰인은 (크메르루즈 집권기) 범죄를 실행하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두 피고인은 2011년 재판이 시작된 이후 “유감이다”라고 밝힌 적은 있지만, 자신들은 학살 등에 대해서는 몰랐다며 책임 지기를 거부해왔다. 지난해 최후 진술에서 키우 삼판은 “나는 (크메르루즈 정권의 계획에 대해) 결코 몰랐다”고 말했고, 누온 체아는 “나는 사랑하는 나의 국민들을 위한 책임을 다했다. 내게 적용된 혐의에 대해 결백하다”고 주장했다고 <캄보디아데일리>는 전했다. 누온 체아는 재판 과정에서 프놈펜 주민 강제이주는 미군의 폭격에 대한 대비였고 이주는 평화롭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7일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자 누온 체아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키우 삼판은 성난 표정을 지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크메르루즈 집권기에 남편과 아이 4명이 굶어죽은 피해자 수온 맘(75)은 <에이피>(AP) 통신에 “식량도 물도 없이 걸어서 프놈펜을 떠난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분노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별법정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다. 기소 가능한 범죄 대상을 크메르루즈 집권기로만 한정했다. 이 때문에 1969~1973년 미국이 베트남공산군 보급로에 타격을 가하려고 캄보디아에 비밀 폭격을 했던 일은 재판 대상에서 빠졌다. 당시 15만명 이상이 미국의 비밀 폭격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소 대상을 크메르루즈 지도자로 한정해서 단죄 대상도 좁다. 캄보디아 현 총리인 훈 센도 크메르루즈 장교 출신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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