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탈린/AP 연합뉴스
이슬람 극단주의 강력응징 강조
캐리 “개입·리더십은 미국 DNA”
우크라 사태는 ‘나토 원칙’ 확인
군사개입 최소화 정책 바뀔수도
캐리 “개입·리더십은 미국 DNA”
우크라 사태는 ‘나토 원칙’ 확인
군사개입 최소화 정책 바뀔수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미국인 기자 살해 동영상 공개 이후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수사의 강도는 예상보다 매우 강했다. 그는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슬람국가가 이라크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미국에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이들을 와해시키고 파괴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방어는 베를린·파리·런던 방어만큼 중요하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적용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의 외교·군사 정책이 근본적인 기로에 서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알카에다보다도 강력한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의 위협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대치는 단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자원을 투자해야 할 거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 유럽의 군사력 강화,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새로운 전투 등 세 가지 중대한 부문에 미국의 힘을 투여하겠다는 언약을 한 것”이라며, 이는 국방예산 축소와 군사개입 최소화 등 그의 기존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3일 나온 오바마 행정부 최고위층들의 발언 수위로만 보면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국가를 응징하기 위해 강도 높은 군사개입에 나설 태세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연설에서 “살인자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올릴 때까지 지옥의 문까지라도 추적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시엔엔>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말했다시피 목표는 이슬람국가 봉쇄가 아니라 이들을 와해시키고 파괴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미국 외교센터’ 기공식에서 전직 국무장관 5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과 개입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라크와 시리아, 우크라이나, 가자, 남수단, 리비아, 북한은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 지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는 미국의 존재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고립과 축소가 아니라 개입과 리더십이 미국의 유전자(DNA)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그러나 이슬람국가를 ‘파괴’하는 전략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국제사회와 협력한다면, 이슬람국가의 영향력·효율성·자금력·군사력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축소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을 보면 종착점이 이슬람국가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인지, 아니면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위축시키겠다는 것인지 다시 모호해진다. 또 헤이글 국방장관은 모든 선택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지만 미 지상군 투입은 배제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들로 볼 때, 이슬람국가의 시리아 내 근거지로 공격을 확대하더라도, 미국은 공습에만 참여하고 지상 전투는 쿠르드족이나 시리아 반군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나토 차원의 집단 대응도 검토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슬람국가의 위협에 맞서 나토와 개별 회원국은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가 나토에 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한다면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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