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사형제 이어 폐지 촉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신형은 사형과 마찬가지”라며 사형제는 물론 종신형 폐지를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23일(현지시각) 국제형사법협회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합법 여부를 떠나 사형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수감 환경을 개선해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존엄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는 종신형도 같은 맥락”이라며 “종신형은 감춰진 사형제”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교황청도 최근 종신형을 폐지했다며 종신형 폐지를 촉구했다.
교황은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볼 때 교회는 사형이 부당한 침략으로부터 사람들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경우 사형제를 배제하지 않지만 (진보를 이룬 현대사회에서는) 불가피한 범죄자 사형은 무척 드물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역대 가장 전향적인 교황이라는 명성처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엄격해지는 양형 추세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이날 “어떤 나라들에서는 재소자 중 50% 이상이 재판을 받지 못하고 구금돼 있다”고 지적하며, 나라를 특정하지는 않은 채 “고문이 이뤄지고 있는 구금시설들로 불법적인 이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테러 용의자들을 세계 곳곳의 구금시설로 넘겨 신문하는 관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인간의 존엄성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야 이와 같은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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