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X, 조기진단 기술 개발중
병든 세포 신호 포착하는 원리
병든 세포 신호 포착하는 원리
적혈구 크기의 1000분의 1에 불과한 나노 입자들이 혈액 흐름을 타고 돌아다니며 ‘질병 순찰’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
구글의 첨단기술연구소인 구글 엑스(X)의 생명과학팀이 자성 산화철로 이뤄진 나노 입자와 웨어러블(착용형) 전자기기로 구성된 질병 조기경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28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보도했다. 알약으로 삼킨 나노 입자가 몸 속을 돌아다니며 암, 심장발작, 뇌졸중 등 여러 질환의 징후를 탐지해 손목에 장착한 센서로 신호를 보내준다는 것이다. 초기 암 세포는 건강한 세포와는 다른 생화학적 신호를 방출한다는 점에 착안해, 병든 세포를 일찌감치 포착하는 원리다.
나노 입자는 암이 발병한 세포와 디엔에이(DNA) 조각에만 달라붙어 상태를 파악하고, 혈액 성분의 생화학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는 혈관 내벽의 지방 덩어리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몸에 병증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이상 징후를 알아냄으로써, 조기진단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췌장암 등 난치성 질환 검진에 획기적인 진전이 기대된다.
예컨대 혈액 내 칼륨 수치가 높으면 신장병을 유발할 수 있는데 칼륨이 통과하면 색깔이 바뀌는 다공성 나노 입자를 만들어 미리 대응할 수 있다. 구글은 또 현재 개발 중인 나노 입자가 종양세포 표면의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항체 구실도 하도록 구상하고 있다.
연구팀을 이끄는 앤드루 콘래드 박사(분자생물학)는 “우리 목표는 의료를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나노 입자는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인체를 탐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받는 모든 검사를 이 시스템 하나로 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 암연구소의 폴 워크먼 소장은 <비비시>(BBC) 방송에 “원칙적으로 말해, 이런 기술은 대단하다. 암이나 다른 질병을 일찍 진단할 수 있다면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적절한 치료법으로 미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이 실용화하기까지는 적어도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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