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글로벌은 쓰레기 재활용 아이디어를 내어 재생업자와 연결해주는 회사다.
미국 루비콘글로벌 창업자 모리스
빅데이터 등 활용 쓰레기 처리
빅데이터 등 활용 쓰레기 처리
쓰레기 더미에서 만난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냄새가 나죠? 기회의 냄새 같은데요.”
네이트 모리스(33)가 세운 루비콘글로벌은 쓰레기를 연구하는 회사다. 기상천외한 재활용 아이디어를 내어 쓰레기의 숨은 가치를 볼 줄 아는 재생업자와 연결해주고 있다. 전국적 체인망을 자랑하는 피자회사는 남은 피자 반죽으로 에탄올을 만들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한 지역 슈퍼마켓은 40만개에 이르는 낡은 유니폼을 잘게 분쇄하면 애완동물 침대를 채우는 속통으로 되팔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해산물 운반에 쓰이던 냉장 컨테이너들은 다른 업체로 넘어가 황소 정액을 운반하는 데 쓰이고 있다.
2008년 간판을 단 루비콘에는 트럭 한 대, 매립지 한 평 없다. 그런데 루비콘은 세븐일레븐, 유명 의류업체 언더아머 등 대기업에서부터 대형 할인점, 병원, 식료품 체인 등의 쓰레기까지 ‘처리’해주고 있다.
루비콘은 수거업체간 경쟁을 붙여 가격 흥정을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객에게 쓰레기 처리 비용 20~30% 삭감을 약속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도 루비콘이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쓰레기 1t의 가치가 얼마인지, 누가 어디에 어떤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고 있는지, 고객들이 얼마나 자주 버리는지, 어떤 수거업체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등등. 루비콘은 온갖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고객의 쓰레기 수거 주기를 늘릴 수 있는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돌렸다. 수거업자들은 방문 횟수에 따라 돈을 받는데, 쓰레기통이 차지 않아도 비워 가기 때문이다. 루비콘은 요즘 음파탐지기를 이용해 쓰레기통이 찼는지 투영해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쓰레기가 찼을 때만 수거하도록 하는 혁신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일부 통계를 보면 루비콘이 뛰어든 이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재활용 장려 단체 ‘애즈 유 노’는 보고서에서 2010년 미국에 매립된 포장재의 값어치를 따지면 114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웨이스트 비즈니스 저널>은 2012년 미국 쓰레기 산업 규모가 550억달러(약 58조원)라고 보도했다. 루비콘은 고객 수도 매출 규모도 밝히지 않아 회사 규모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이 회사가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푸에르토리코에서 활동중이고, 5000여개의 하청업체와 일한다고 밝히고 있다.
모리스는 고등학교 때 촉망받는 미식축구 선수였다. 척추 부상 뒤 정치에 눈뜬 그는 켄터키주 앤 노섭 의원과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의 인턴으로 일했는데, 둘 다 공화당 소속이었다. 국토안보국에도 몸담았던 모리스는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의 정치자금 모금자로 이름을 날렸다. 정치를 좋아했지만 모리스에겐 사업가의 피가 흘렀다. 그는 허름한 식당을 케이에프시(KFC) 왕국으로 키운 할런드 샌더스의 성공기에 매료됐다.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런 자수성가 이야기를 좋아해요. 제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루비콘은 쓰레기의 운명을 바꾸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022년까지 ‘쓰레기 제로’라는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다 루비콘이 내놓는 재활용 아이디어 등이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모리스는 최근 <포천>이 선정한 ‘올해의 40대 이하 40인’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루비콘글로벌 창업자 네이트 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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