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캔틀리 증조부, 쑨원 도피 도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된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43)가 ‘중화민국 건국의 아버지’ 쑨원(1866~1925)의 목숨을 구한 은인의 증손자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일 보도했다.
존 캔틀리의 증조부인 제임스 캔틀리는 홍콩에서 의사로 근무하던 1887년 현 홍콩대의 전신인 홍콩 화인서의서원을 공동 설립했다. 쑨원은 제임스의 초기 제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쑨원은 1895년 청 왕조를 타도하기 위해 광저우 의거를 모의했다가 실패했다. 쑨원은 이때 여성 차림으로 홍콩으로 도피해 제임스의 집에 숨었다. 쑨원은 이후 일본으로 도피했고, 제임스도 영국으로 돌아갔다.
쑨원은 1896년 자금 모금을 위해 영국으로 갔다가 런던주재 중국공사관에 감금됐다. 쑨원은 제임스에게 비밀리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제임스는 영국 경찰 및 외무부와 접촉하는 등 쑨원의 중국 소환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노력으로 현지 신문에 ‘쑨원이 중국공사관에 납치돼 감금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영국 총리까지 나서면서 쑨원은 감금 12일 만에 풀려났다.
쑨원은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1911년 신해혁명 성공 뒤인 1912년 1월 제임스에게 “결코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감사 편지를 보냈다. 제임스의 아들인 케네스는 1930년대 중국 철도부 기술고문을 맡는 등 중국 쪽의 감사 표시는 쑨원과 제임스 사후에도 지속됐고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에도 이어졌다. 케네스는 1986년 숨졌으며, 그의 아들인 폴 캔틀리는 이슬람국가에 아들인 존 캔틀리를 풀어달라고 호소한 지 2주일 만인 지난달 16일 숨졌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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