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입자물리학자 파비올라 자노티
세른, 자노티 박사 지명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세른)가 설립 60년 만에 첫 여성 소장을 맞았다. 연구소는 지난 4일 이탈리아의 입자물리학자 파비올라 자노티(52) 박사를 차기 소장으로 지명했다고 5일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자노티 박사는 1987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합류한 이래 줄곧 빅뱅 직후 우주를 구성하는 16개의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소립자라는 ‘힉스 보손’의 실체 연구를 지휘해온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다. 2012년 7월엔 “(과학계가) 오래도록 찾아왔던 힉스 입자를 우리(세른)가 발견했다”고 선언해 단숨에 세계의 눈길을 모았다. 스위스 제네바 외곽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는 세계 최대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한 소립자들의 충돌 실험으로 우주의 시원을 좇고 있는 세계 입자물리학 연구의 중심이다.
2015년 1월부터 이 연구소를 이끌 자노티 신임 소장은 지명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회견에서 “세른은 과학적 탁월함의 중심이자 전세계 물리학의 자존심과 영감의 원천, 기술·혁신의 요람, 과학을 통한 협력과 평화의 빛나는 모범”이라며 “세른의 소장이 된다는 건 엄청난 영예와 책임”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자노티는 17살 때 폴란드의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고 물리학에 매료된 뒤, 재능과 취향을 함께 갖췄던 음악과 새로운 지적 자극으로 다가온 자연과학 사이에서 물리학을 선택해 밀라노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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