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정상회담 표정
NYT기자 비자 발급거부 관련 질문에
답 않다가 나중에야 “부적절 행동탓”
홍콩 자유직선제 시위엔 시각차
NYT기자 비자 발급거부 관련 질문에
답 않다가 나중에야 “부적절 행동탓”
홍콩 자유직선제 시위엔 시각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한 뒤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 비핵화와 양국간 우발적 군사 충돌 방지엔 뜻을 모았지만, 행정장관 완전 자유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진 홍콩 도심점거 시위를 두고는 시각차를 노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견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그들(시위대)을 돕거나 관여하지 않았다”고 중국이 제기한 미국 배후설을 일축한 뒤 “선거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홍콩 사안은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국가도 관여할 수 없다. 위법 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해 홍콩의 안정을 지키겠다”며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했다”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오해와 불신을 깨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상이 미-중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국 쪽은 자국 기자들 요청에 따라 몇주 동안 중국 쪽에 기자회견을 요청했고 중국은 막판에 동의했다고 <더 힐>은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기자회견 도중 “중국 당국이 <뉴욕 타임스> 기자의 중국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지 않으냐”는 뉴욕 타임스 기자의 껄끄러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바로 다음 질문을 위해 중국 기자를 지목했고, 일부 미국 기자들은 ‘시 주석의 답변 거부’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 등에 올리기도 했다. 시 주석은 결국 막판에 ‘뉴욕 타임스 기자가 부적절하게 행동해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중국 쪽은 전날 저녁 오바마 대통령을 베이징 중난하이 안으로 초청하는 ‘파격 대우’를 했다. 중난하이는 청나라 시대부터 중국 지도자가 거주하는 권력의 심장부다. 이는 지난 6월 미국 쪽이 지난해 시진핑 주석을 캘리포니아의 휴양지 서니랜즈로 초청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주선한 데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
두 정상은 노타이에 코트 차림으로 달빛 아래 호숫가 누각들을 산책한 뒤 호수 안의 작은 섬인 잉타이의 한위안뎬(함원전)에서 5시간가량 만찬을 겸한 비공식 회동을 했다. 시 주석은 만찬에서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고 내일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중국의 과거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현재 중국인의 사유, 중국 정부의 국가 통치정책에는 중국의 전통문화 유전자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의 발언 속에는 미국이 중국공산당의 일당통치와 사회주의체제를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애초 중국 쪽은 두 정상의 ‘달밤 회동’ 장소로 베이징의 영빈관 격인 조어대나 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해변도시 청더의 피서산장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서산장은 청나라 황제들의 여름 휴양지이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배경이다. 하지만 12일 오후 베이징을 떠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촉박한 일정 탓에 배제됐다. 루페이신 전 중국 외교부 예빈사(의전국) 사장은 <신경보>에 “베이징 주변엔 피서산장을 비롯해 유서깊고 아름다운 지역이 많지만 거리가 멀어 회동 장소로 택하기엔 부적합했던 것 같다”며 “중난하이 잉타이는 과거 청 황실이나 중국 정부가 외빈을 접견하던 곳인데다 매우 안전한 곳이라 선택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 워싱턴/성연철 박현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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