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시간 활약…자료전송 뒤 방전
지구근접 내년 8월께 잠 깰 수도
지구근접 내년 8월께 잠 깰 수도
“나 조금 피곤한데, 내가 보낸 자료 다 받았어? 나 한숨 잘까봐….” (@Philae 2014)
인류에게 혜성을 선물한 탐사 로봇이 성공적으로 첫 임무를 완수하고 깊은 동면에 빠졌다.
혜성 ‘67P/C-G’ 표면에서 각종 과학 실험을 벌이던 탐사로봇 파일리(필레)가 15일 새벽 0시36분(한국시각 오전 8시36분) 57시간의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방전됐다. 유럽우주국(ESA)은 파일리가 채취한 데이터를 방전 직전 모두 지구로 전송했다고 밝혔다. 또 혜성 표면에서 진행하려고 계획했던 모든 실험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파일리의 혜성 착륙 과정을 지휘한 독일우주국의 슈테판 울라메크는 “3번의 터치다운 속에서도 모든 실험기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며 “이제 우리가 뭘 가져왔는지 알아볼 시간”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파일리가 보낸 자료 중에 드릴을 사용해 혜성 표면을 뚫고 채취한 토양 표본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토양 표본 채취에 성공했다면,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 단서를 얻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파일리는 비록 방전됐지만 되살아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화성 뒤편에 있는 혜성이 내년 8월 지구 궤도에 가까워져 태양광을 강하게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태양광이 유일한 동력원인 파일리가 깨어날 기회다.
파일리는 12일(한국시각 13일 새벽) 혜성 ‘67P/C-G’에 성공적으로 착륙했으나 영구 응달 지역에 자리잡아 ‘운명’이 어느정도 예상됐다. 이에 유럽우주국은 태양광을 좀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파일리의 몸체를 35도 틀었지만 방전을 막지 못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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