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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항문 급식 고문’에 17일 동안 세워두기도…
잔혹함에 CIA 요원들도 울다가 ‘질식’

등록 2014-12-10 20:26수정 2014-12-10 21:10

미국 CIA 고문 실태 공개
판에 묶고 얼굴에 물 붓기 183번이나
체모 깎고 벗긴 채 흰 방에 넣고 소음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고문 장면.
영화 ‘제로 다크 서티’의 고문 장면.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현지시각) 공개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실태 보고서는 ‘세계의 인권 파수꾼’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의 입지를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보고서를 보면 중앙정보국이 자행한 물 고문·잠 안재우기 고문 등이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잔혹한 방법으로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나온 고문법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것은 물 고문의 일종인 ‘워터 보딩’이었다. 워터 보딩은 대상자의 몸을 판에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얼굴에 물을 붓는 방법으로, 2001년 9·11 테러 기획자로 지목된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는 “수차례 익사 직전까지 갔다”고 중앙정보국 의료진이 전했다. 무함마드는 183차례 물고문을 당했는데, 많을 때는 이틀새 65번이나 당했다. 당시 조사관들은 그가 숨을 쉬려고 하자 입술을 붙잡고 물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한 뒤 들이부었다.

‘항문 급식 고문’이라는 끔찍한 방법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최소 5명의 수감자에게 항문을 통한 급식 또는 물 주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앙정보국은 파스타와 견과류 등을 걸쭉한 ‘퓨레’로 만들어 마지드 칸이라는 수감자의 항문에 주입했다. 모두 중앙정보국 의료진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 중앙정보국 신문 책임자는 이 방법을 두고 “수감자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미 CIA 고문 어떻게 진행됐나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고문 기법 중에는 수감자의 체모를 전부 깎고 옷을 벗긴 채 낮은 온도의 흰 방에 넣은 뒤 밝은 조명과 큰 소음에 계속 노출하는 방법도 있었다. 또 수감자의 눈을 가린 상황에서 총구를 머리에 대고 전동 드릴을 작동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방법, 빗자루 손잡이를 성 고문 도구로 쓰겠다고 협박한 방법도 드러났다. 한 수감자는 180시간동안 잠 안재우기 고문을 당했고, 발이 부러지거나 발목이 삔 수감자를 몇 시간씩 세워두는 방법도 있었다. 17일 동안 선 상태로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 수감자도 있었다.

중앙정보국이 사용한 고문법들은 대체로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부에서 승인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너무 가혹해 내부에서도 중단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2002년 8월 태국에 위치한 중앙정보국 시설에서 실시된 아부 주바이다에 대한 고문이 지나쳐 참여 조사관 몇몇이 “울다가 숨을 쉴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일부 요원들은 가혹행위가 계속될 경우 전출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 2명에 890억 주고
10여가지 고문 기술 ‘개발’

미 CIA의 잔혹한 고문 사례
미 CIA의 잔혹한 고문 사례
주바이다는 9·11 테러 뒤 알카에다 고위급으로 지목돼 붙잡힌 첫 용의자이자 미국 ‘비밀시설’의 첫 수감자였다. 보고서를 보면 부시 행정부 법률 자문가들은 주바이다를 ‘고문의 한계를 실험하는 대상’으로 적시했고, 이후 그에 대한 고문법은 중앙정보국 신문의 ‘본보기’로 통용됐다. 중앙정보국은 주바이다가 고문을 당하다 숨질 경우 그의 주검을 화장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주바이다는 물고문을 당한 뒤 “완전하게 의식을 잃고 벌어진 입 한가득 거품을 물었다”고 보고서에 묘사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주바이다가 가로 53㎝, 세로 76㎝의 상자에 감금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례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비밀 구금시설인 ‘솔트 피트’에 수감됐던 굴 라흐만은 ‘추위 고문’을 당하다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라흐만은 벽에 달린 수갑에 묶인 채 하의가 벗겨진 상태에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있도록 강요 당했다. 그는 이튿날 아침 저체온증으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넉달 뒤 라흐만 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관은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데 대해 2500달러의 포상금을 받았다. 실제 당시 중앙정보국에서 인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수감자들에게 수갑을 채워 완벽한 어둠 속에 격리하고 겨울에도 난방을 제공하지 않아도 됐다. 또 보고 없이 72시간까지 수갑을 채워 세워둘 수 있었고, 수감자에게 찬 물을 끼얹을 권한도 주어졌다.

이런 잔혹한 고문 뒤에는 군 심리학자 출신 제임스 미첼과 브루스 젠슨의 제안이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앙정보국이 두 심리학자에게 8100만달러(약 890억원)를 주고 고문 기술을 연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앙정보국에 10여가지 고문법을 ‘강화 신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했고, 39명의 수감자가 이 프로그램에 따른 고문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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