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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교복 입고 나간 아들 지금 관 속에 있다”

등록 2014-12-17 19:54수정 2014-12-17 20:29

파키스탄 탈레반 테러 ‘141명 사망’
‘어린이들 목표로 한 테러’에 전세계가 분노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의 군 부설 학교에서 16일 벌어진 8시간의 ‘생지옥’은 141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며 끝이 났다. 132명은 초록색 교복을 입은 어린 학생이었다. 일부는 일렬로 세워져 총살 당했고, 일부는 책상 밑에 숨어 있다가 살해됐다. 7살짜리 아파크는 괴한들이 교실로 쳐들어와 총알을 갈기던 때를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우리 선생님을 죽였어요.”

양쪽 다리에 총상을 입은 샤흐루크 칸(15)도 눈 앞에서 친구들의 숨이 끊어지는 순간을 지켜봤다. 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손에 총을 맞은 선생님이 고통에 울부짖고 있는데, 테러범이 다가와 아무런 소리가 안 날 때까지 총을 쐈어요.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거나 다쳐 쓰러진 상태였어요.” 칸은 입에 넥타이를 물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틀어막은 채 죽은 척 누워있었다. “죽음을 너무 가까이서 봤어요. 다가오는 검은 장화를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내겐 죽음이 다가오는 것 같았으니까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이날 오전 10시30분께 학교에 침입한 파키스탄 탈레반 대원 7명은 처음부터 인질극을 벌일 의도가 없어보였다. 파키스탄 고위 안보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그들의 목적은 처음부터 살인이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특수부대가 도착하자 학교는 전쟁터가 됐고, 궁지에 몰린 침입자들은 자살폭탄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결국 침입자 7명도 모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어둠이 내린 페샤와르는 비통함으로 뒤덮였다. 한 시민은 “한집 걸러 한집이 초상집”이라고 전했다. 페샤와르의 병원은 아이를 찾는 부모들과 헌혈하려는 사람들,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14살짜리 아들의 주검을 찾으러 온 아버지 타히르 알리는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교복을 입고 나간 아들이 지금 관 속에 있다”고 말했다. 자식을 사망자 명단에서도, 병상에서도 찾지 못한 부모들은 발을 굴렀다.

“친구 숨 끊어지는 순간 목격”
생존자들 ‘공포의 시간’ 충격
‘한집 걸러 한집이 초상집’ 비통
오바마 “소름 끼치고 흉악” 위로
아프간 탈레반도 “반이슬람적” 비판

이번 테러는 방어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을 목표물로 삼아, 더욱 큰 충격을 줬다. 군사평론가 하산 아스카리 리즈비는 <워싱턴포스트>에 수천번의 테러 공격을 경험한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소탕작전으로 다급해진 탈레반이 “이제 ‘소프트 타켓(손쉬운 목표물)’까지 공격하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무함마드 코라사니 파키스탄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공격이 “군사작전이라는 명목 아래 우리를 짓밟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대규모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 오늘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위협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탈레반 근거지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끔찍한 소식을 접한 세계는 애도와 분노로 들끓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소름끼치고 흉악하다”며 위로를 전했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극악무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앙숙관계인 인도 정부와 국민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2년 전 파키스탄 탈레반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17)은 “가슴이 찢어진다”며 “극악무도하고 비겁한 행동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냈다. 또 이례적으로 아프간 탈레반도 대변인 자비울라 무자이드의 성명을 통해 “여성과 아이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의도적 살인행위는 이슬람의 근본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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