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루블화 가치 폭락…“외부적 환경 때문”
“새로운 베를린 장벽 쳐” 미국·유럽 비판
“새로운 베를린 장벽 쳐” 미국·유럽 비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루블 가치 폭락으로 인한 러시아 경제 위기에 대해 “러시아는 앞으로 2년 동안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모스크바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리 경제는 현재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할 것이다. 가장 안 좋은 환경을 가정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이 2년 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 등이 전했다. 경제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외부적 환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미국과 유럽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 탓이라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루블 폭락 사태에 대해 러시아 중앙은행과 경제 관련 부처들이 전반적으로는 잘 대처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러시아 외환보유액은 현재 약 4190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부에도 경제 불안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푸틴 대통령은“중앙은행이 좀더 일찍 대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러시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를 다변화하지 못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경제는 루블 가치 하락에 적응해야 한다. 이는 어쩔수 없다”고도 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새로운 베를린 장벽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제재는 “발톱 달린 곰을 박제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고, “서방이 제국처럼 군림하면서 다른 나라들을 신하의 나라 대하듯 한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러시아 경제 위기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없었다. 앞서 이날 러시아 정부는 자본 부족에 처한 러시아 은행들에 1조루블(약 171억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충분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조기원 기자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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