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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창] 왜 금리 인상을 서두르나 / 딘 베이커

등록 2014-12-21 18:56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의 11월 고용지표에 32만1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려는 시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많은 해설가들은 마치 더 높은 금리가 연준 경제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것은 매우 당황스런 상황이다.

연준의 금리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금리가 경제정책의 도구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낮은 금리는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가 침체된 시기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높은 금리는 성장을 늦추고, 과잉 수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으킬 때 인플레이션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준이 설정한 기준금리는 2008년 11월 이후 사실상 제로(0%)였다. 이는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평균금리인 5.5%를 훨씬 밑도는 것이다. 이러한 저금리는 경제불황에 따른 조처였다. 미국에선 경제불황으로 거의 9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현재의 고용 수준도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700만개의 일자리가 적은 수준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이 금리 인상을 미루는 이유라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아울러 금리 인상의 표면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의 목표치인 2.0%에 못 미치는 1.7% 상승에 그쳤다. 최근 몇개월 동안은 석유와 가스값이 내리면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실상 하락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동안 단지 1.8% 상승했다. 즉, 지난해 1.7% 상승이나 그 이전 2년 동안의 2.0%, 2.1% 상승과 거의 동일하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 다른 가격 지수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다. 어디에도 악성 인플레이션의 근거는 없으며 물가는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억제해야 할 인플레이션이 없는데 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하는가?

이것은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에게 정말 중대한 문제다.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고 일자리 창출을 지체시킨다. 첫번째 금리 인상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경우 고용 창출을 줄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일자리가 필요 없는 사람들뿐 아니라, 노동 시장의 계속된 침체에 따라 교섭력이 약화된 많은 노동자 집단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노동자 대부분의 실질임금이 안정적으로 증가했던 1970년대 초반 이후 1990년대 후반의 몇년은 낮은 실업률이 유지된 유일한 기간이었다. 이 기간 동안 실업률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2000년에는 연평균 4.0%로 바닥을 쳤다.

현재 실업률 5.8%는 지난 40년에 걸친 실업률과 비교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래 아직 500만 이상의 노동자가 노동인구에서 낙오한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 대다수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노동시장에 복귀할 것이다.

최근 몇달 동안의 고용 증가는 확실히 고무적이지만, 이 정도 속도로 일자리가 증가해서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기까지 몇년은 걸릴 것이다. 연준의 성급한 금리 인상은 이런 과정을 그르치게 만들 것이다.

경제가 너무 침체되어 지난 6년 동안 제로 금리를 유지해야만 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제로 금리에 가깝게 유지해야만 하는 상황은 분명 애석하다. 하지만 정도 이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수 없게 만든다.

연준의 금리정책은 인플레이션의 상대적 위험과 노동시장 침체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노동시장 침체 때문에 계속 고통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인플레이션의 절박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뻔한 질문을 제기한다. 왜 누구나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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