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신자들에게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상에)로 불리는 성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교황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정말로 많은 눈물이 있다”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고통받는 사람들 위한 성탄 메시지
종교·인종 박해·전쟁 희생자 위로
이라크 아르빌 난민촌에 위성전화
“내 마음은 당신들 가까이 있다”
종교·인종 박해·전쟁 희생자 위로
이라크 아르빌 난민촌에 위성전화
“내 마음은 당신들 가까이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정말 많은 눈물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탄절을 맞아 종교적·인종적 박해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로했다고 <에이피>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교황은 25일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로마와 온 세상에)로 불리는 성탄메시지를 낭독했다.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준 성탄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파키스탄 학교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비롯해 폭력의 제물이 된 어린이들에 대한 고뇌를 나타냈다. 또 중동, 아프리카,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스도의 힘이 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앞서 교황은 24일 성탄 전야 미사를 앞두고 이라크 북부 아르빌 외곽에 피난처를 꾸린 전쟁 난민들에게 위로와 축복을 건넸다. 교황은 이탈리아 주교회의 방송국인 <티브이(TV)2000>이 난민촌과 연결해 생중계한 위성전화에서,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의 학살 위협을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에게 “당신들 모두를 껴안으며 성탄의 축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들은 예수와 닮았다”며 “예수도 (태어날 때) 집이 없었고,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피신해야 했다. 난 당신들과 마음으로 아주 가까이 있다”고 위로했다. 이날 메시지는 이슬람권의 기독교도들에게 전하는 형식을 띠었지만 전세계 난민들에 대한 위로로도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성탄 전야 미사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따뜻하게 맞을 용기가 있는가, 효율적일 순 있지만 복음의 따뜻함이 없는 비인간적 해결책을 선호하는 건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교황은 이어 “오만과 자만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킨다”며 “선량함과 온유함으로 삶을 살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는 사상 처음으로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생중계돼 눈길을 끌었다.
교황은 성탄 미사에 이어 12월31일 세밑 미사와 2015년 1월1일 새해 미사, 1월6일 주의 공현 대축일 미사, 11일 시스티나 성당에서 유아영세, 12일에는 바티칸 주재 외교관들이 참석하는 연례 외교정책 연설, 그 며칠 뒤 스리랑카와 필리핀 방문 등 숨가쁜 연말연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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