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잠수함 순찰 부쩍 늘려
새 순항미사일 배치 준비도
미 “우리도 유럽에 재배치 가능”
저고도 미사일 레이더 시험
미·러 핵탄두 보유량 증가세
양국 핵무기 각각 1600여기로
새 순항미사일 배치 준비도
미 “우리도 유럽에 재배치 가능”
저고도 미사일 레이더 시험
미·러 핵탄두 보유량 증가세
양국 핵무기 각각 1600여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신형 순항미사일 개발에 대한 ‘보복’ 조처를 경고하면서 양대 핵강국이 핵무기 경쟁시대로 되돌아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4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유럽 해역에서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순찰을 부쩍 늘리는 한편 새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의 로즈 고터멀러 군축담당관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새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배치할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새 순항 미사일’은 사정거리 500~5500㎞인 이스칸데르-케이(K) 미사일로 알려졌다. 같은 자리에서 브라이언 맥키언 미 국방부 부차관은 “우리는 광범위한 대응책을 갖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지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유럽에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지 않지만, 재배치하는 것도 명백히 옵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1987년 미국과 옛소련은 중거리핵전력조약을 맺고 1991년까지 각각 846기와 1846기의 중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움직임이 군축협정 위반이자 ‘위협’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유럽에 순항미사일을 23년 만에 재배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지난 12월26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는 워싱턴 상공에서 일명 ‘제이 렌즈(JLENS)’로 불리는 신형 레이더를 탑재한 비행선을 시험비행했다. 기존 레이더망에는 잘 포착되지 않는 저고도 순항미사일의 접근을 감지하도록 개발된 장비를 시험한 것이다. 찰스 제이코비 북미방공사령부 사령관이 러시아의 공격용 잠수함을 언급하면서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이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힌 지 9개월 만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1년 옛소련 해체로 동서 냉전이 막을 내린 뒤로는 미-러 군사 대립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한 이래, 미국이 주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과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대립 수위가 크게 높아졌다. 대표적 징후가 지난해 양쪽 다 핵무기 보유량이 1600여기 이상으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최신 자료를 보면, 러시아는 2013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전략 핵탄두 보유량을 꾸준히 늘렸고 미국의 핵탄두 보유량도 지난해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말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핵무장 선두국가 중 하나”라며 “러시아의 파트너들은 우리를 어지럽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러시아의 공격적인 발언은 핵무장 능력을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한 일련의 조처와 일맥상통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최근 개별 조종이 가능한 핵탄두를 10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불라바’를 개발하고 있다. 또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신형 발사체의 개발이나 기존 발사체의 개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송 열차를 재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나토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경제제재 국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라고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스 크리스텐슨 미국과학자연맹 핵정보프로젝트 소장은 “미-러 간에 깊어지는 군비경쟁은 안보에는 도움이 안되고 양쪽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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