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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그 만평’ 실을까 말까…언론매체들 고심

등록 2015-01-09 19:30

시사 주간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받아 12명이 숨진 다음날인 8일(현지시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조명을 끈 에펠탑이 깊은 어둠에 잠겨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시사 주간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받아 12명이 숨진 다음날인 8일(현지시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조명을 끈 에펠탑이 깊은 어둠에 잠겨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신성모독 느낄 무슬림독자 고려”
NYT·NBC·CNN·AP 등 안 실어
USA투데이·허핑턴포스트는 실어
“그것이 뉴스라면 우리는 싣는다”
WP는 뉴스면 아닌 오피니언면에
미국 <뉴욕 타임스>의 딘 바케이 편집국장은 7일(현지시각) 아침 출근할 때만 해도 프랑스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논란이 된 만평들을 다음날 발행되는 신문에 게재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뉴스 가치와 숨진 저널리스트들에 대한 연대,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해 그렇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에디터와 기자들의 의견을 구했다. 국제부 기자들은 이 만평을 게재해도 위협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으나, 그래도 기자들 안전이 우려가 됐다. 그는 하루의 절반을 이 문제에 쏟으며 고심을 거듭했다.

바케이 국장은 최종적으로 이 만평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 신문의 시민편집인 마거릿 설리번에게 “독자들, 특히 무함마드의 묘사를 신성모독으로 느낄 이슬람 독자들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풍자와 부적절한 모욕에는 구분을 둔다는 게 우리의 판단기준이다. 이 만평들의 대부분은 부적절하게 모욕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7일 프랑스 파리에서 무장 괴한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 난입해 언론인 등 12명을 살해한 사건 이후 세계의 주요 언론들이 이날 바케이 국장처럼 뉴스 가치는 크지만 이슬람 세계에 모욕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놓고 고심했다. 게재에 찬성하는 쪽은 크게 표현의 자유 옹호라는 가치와 함께 이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데 무게를 뒀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은 특정 종교 신자들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모욕하는 콘텐츠는 실을 수 없다는 내부 판단기준을 강조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 중에선 <뉴욕 타임스>와 <엔비시>(NBC) <시엔엔>(CNN) <에이피>(AP) 등처럼 만평을 게재하지 않은 쪽이 약간 우세했다. 반면, <허핑턴 포스트> <버즈피드> 등 주요 온라인 매체들과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만평을 싣는 쪽을 택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테러리스트들이 죽일 만하다고 생각한 만평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러 컷의 만평을 설명을 곁들여 자세히 소개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의 데이비드 캘러웨이 편집국장도 이 문제로 고심을 했다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 너무 중대하다. 그것이 뉴스라면 우리는 게재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처럼 뉴스 지면에선 만평을 싣지 않고, 오피니언면에만 한컷 싣는 절충을 택한 곳도 있다. 뉴스 지면을 책임지는 마틴 배런 편집국장은 “특정 종교 신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또는 불필요하게 모욕적인” 콘텐츠는 싣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오피니언면 편집권을 갖고 있는 프레드 히아트 사설편집인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평을 실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의 설리번 시민편집인은 8일 “일부 독자들로부터 미국 저널리즘의 대표 신문이 겁을 먹고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문 편집진이 나름의 판단기준을 갖고 신중한 결정을 내렸다”면서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며칠 내에 그런 기준을 재검토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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