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와 인공 피임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리를 재확인하면서 “토끼처럼 (아이를 계속) 낳을” 필요는 없다고 비유해 화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표현은 19일 스리랑카와 필리핀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 중 “가톨릭이 낙태를 금지하는 까닭에, 부양할 능력이 안 되는데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정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표현을 양해해 달라. 어떤 사람들은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토끼처럼 아기를 낳고 또 낳아야 한다고 믿는다”며 “피임과 낙태 반대의 의미는 그런 게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 있게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제왕절개로 7차례 출산을 하고 8번째 아이를 가진 여성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는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며, 그 여성에게 “고아 일곱 명을 두고 세상을 떠나려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그 여성이 ‘저는 하느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했지만, 하느님은 우리에게 책임 있게 행동하는 방법을 이미 주셨다”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결혼의 신성함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경제력에 걸맞은 가족 계획과 자연피임법을 권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오로 6세(교황 재위 1963~1978년)가 가난한 이들의 출산 자녀 수 제한을 주장하는 ‘네오 맬더시즘’(신 산아제한론)의 확산을 우려했는데, 그는 선지자였다”며 “교회의 가르침의 핵심은 책임 있는 부성이며, 이는 대화로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서구권의 일부 급진적 단체들이나 기관,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에 산아 제한과 동성애에 대한 서구식 관점을 강요하거나 개발원조의 조건으로까지 제시”하는 경향도 지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이념적으로 식민화되지 않고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할 자격이 있다”며 “외부 기관이 다른 가정에 그들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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