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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고의 추락사건’, 과거엔 왜 그랬나 봤더니…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5-03-27 16:04수정 2022-08-19 17:35

[더(The) 친절한 기자들] 독일 여객기 추락 미스터리
프랑스 검찰, 부기장의 ‘고의 추락사고’ 잠정 결론
NYT “총기 난사 뒤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
1999년 이집트항공 “신에 위탁한다” 말한 뒤 추락

지난 24일 오전 11시께(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이륙해 독일 뒤셀도르프로 향하던 여객기가 프랑스 남부의 알프스 산악지대에 추락했습니다. 이륙한 지 채 한 시간이 안돼 일어난 이 사고로 승객 144명, 조종사와 승무원 6명 등 탑승객 150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기종은 독일 루프트한자 그룹의 저가항공사인 저먼윙스 소속의 에어버스 320입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의 사고 당시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미스터리’ 같은 의문도 꼬리를 뭅니다. 블랙박스 분석 등 사고 경위 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프랑스 검찰이 26일 부기장의 ‘고의 추락 가능성’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사고 비행기는 기장과 부기장 등 2명의 파일럿이 조종하는 기종입니다. 그런데 기장이 잠깐 조종실 밖에 나갔다가 조종실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했고, 비행기는 그 때부터 급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오전 10시53분께 관제탑과의 마지막 교신이 끊긴 직후, 약 8분간 무려 3만2000피트(약 9754m)를 급강하해 알프스산을 들이받았습니다. 그날 그 시각, 화창한 봄기운이 감돌던 알프스 산맥 위를 날던 여객기에서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번 사고도 안타까운 참사이긴 하지만, 비행기 추락 사고가 아주 드문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선 테러 용의점은 없어 보인다는게 조사 당국과 항공사고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상식적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다른 사고 원인은 기체 이상, 기상 악천후, 조종사의 과실, 오인 또는 고의에 의한 피격 등입니다. 그런데 그날 비행기가 날던 상공의 기상은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의 정황과 발견된 잔해 등으로 미루어, 조종사 과실이나 피격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사고 여객기는 또 제 시간에 정상적으로 이륙해, 한 시간 가까이 순항하던 참이었습니다. 급박한 재난이나 위기의 징후는 없었습니다.

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조종실과 관제탑과의 교신을 포함해 조종실 상황이 녹음된 블랙박스에 담겨 있습니다. 사고 수습을 맡고 있는 조사당국은 추락 현장에서 블랙박스 한 개를 수거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검찰의 브리스 로뱅 검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종석에 혼자 남은 부기장이 여객기의 하강 버튼을 눌렀다”며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비행기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로뱅 검사는 “사고 직전 조종실 밖에 있던 기장이 문을 여러 차례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지만, 안에 있던 부기장은 잠긴 문을 열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랑스 검찰이 이번 참사가 ‘고의 추락사고’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근거입니다. 그러나, 그런 추론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부조종사가 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까지 앗아간 ‘자살 비행’을 감행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할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부조종사가 어떤 사람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부조종사는 독일 국적의 안드레아스 루비츠로, 27살의 젊은이입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대변인은 “루비츠가 독일 브레멘에 있는 루프트한자 트레이닝 센터에서 비행 교습을 마치고 2013년 9월부터 여객기 조종을 시작했다”며 “사고 당시까지 총 비행시간은 약 630시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경력이 1년6개월밖에 안 된 신참 조종사인 셈입니다.

루비츠는 독일 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역 달리기 대회에 종종 출전하고, 민간 글라이더클럽에도 가입했을 만큼 활동적이고 비행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활공클럽의 동료 회원이었던 페터 뤼커는 <에이피>(AP) 통신에 “루비츠는 저먼윙스에 취업한 뒤 무척 행복한 기운을 뿜어냈고, (일을) 잘 해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루비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황들은 그에게 자살비행을 감행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부조종사가 갑자기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에 빠졌을 돌발 상황도 가정해볼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설득력이 약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인용해 “민간항공기 조종사가 고의로 추락사고를 감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전례가 없지는 않다”고 전했습니다.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 낸터킷에 추락해 2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집트항공 여객기 사고가 한 사례입니다. 당시 부기장은 기장이 조종실을 잠깐 비운 사이에 자동운항장치를 해제하고 기수를 급격히 낮췄는데, 블랙박스에는 그가 아랍어로 “신에게 의지한다”고 거듭 읊조리는 음성이 녹음됐다고 합니다. 또다른 사례는 2007년 3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일어난 자가용 비행기 추락사고입니다. 47살의 이혼남이 경비행기 세스나에 8살 딸을 태우고 이륙했다가 기수를 돌려 이혼한 아내의 어머니 집으로 돌진해 딸과 함께 숨졌습니다.

항공관리기구들은, 고의 추락사고가 매우 드문 까닭에 일정한 유형이나 유사점을 도출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발생한 항공기 사고 2759건을 분석한 결과 8건이 ‘자살 비행’으로 분류됐다고 합니다. 그 유일한 공통점은 사고를 일으킨 조종사가 모두 남성이었다는 겁니다. 조종사의 연령대는 21살부터 68살까지 다양했습니다. 8건 중 4건은 조종사가 음주 상태였고, 다른 2건은 항우울성 약물을 복용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여객기의 소속사인 루프트한자 항공 쪽은 부조종사 루비츠가 조종사 채용을 위한 약물시험과 심리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살 전문가들은 남들의 목숨까지 빼앗아가며 자살하는 자들의 심리는 혼자 목숨을 끊는 이들의 심리와 확연히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자살학연구회의 미셸 코넷은 <뉴욕 타임스>에 “그런 자살자들은 어떤 면에선 학교로 걸어들어가 총을 난사해 인명을 살상한 뒤 자기도 목숨을 끊는 자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저먼윙스 여객기 부조종사 루비츠의 경우는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추측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사고원인을 조사 중인 프랑스의 브리스 로뱅 검사는 루비츠의 부모가 사고로 숨진 탑승객들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독일에서 프랑스로 왔으나 만일의 사태를 위해 사고 유가족들과의 접촉을 막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빨리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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