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서 열리고 있는 이란 핵협상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 아래)과 조 바이든 부통령 등이 31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로잔 현지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존 케리 국무장관(화상화면 왼쪽)과 연결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AP 연합뉴스
오바마, 현지 협상팀과 화상회의
이란에 제시할 마지막 협상안 협의
이란·러 대표 “합의안 문서화할 것”
미 국무부 “상당한 진전…쟁점 남아”
이란에 제시할 마지막 협상안 협의
이란·러 대표 “합의안 문서화할 것”
미 국무부 “상당한 진전…쟁점 남아”
주요 6개국(P5+1)과 이란 외교장관들이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란 핵협상이 정치적 합의를 위한 마감 시한인 31일을 넘겨 하루 연장되는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그는 존 케리 국무장관을 대표로 하는 현지 협상팀과 화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란 쪽에 제시할 미국의 마지막 협상안을 협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최후 통첩성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제시한 일정대로 정치적 합의에 도달할 수 없다면 우리는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3월31일까지 포괄적인 정치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토대로 6월말까지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해 결론을 짓기로 한 바 있다.
현지에서 외신들이 전하는 협상장 분위기는 타결과 결렬 가능성이 혼재돼 있으나 타결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31일 “1일 다시 만나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양측 장관 회의에서는 모든 핵심적 측면들에 관해 원칙상 합의에 도달했으며 1일 중으로 문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서방국가 쪽 외교관들은 아직 이견이 남아있다고 말하고 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여러가지 어려운 이슈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런 팽팽한 힘겨루기는 양측이 갖고 있는 협상 전략이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데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36년간의 적대관계에서 생성된 상호 불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협상에 반대하는 의회를 설득하고자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한 제한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합의를 통해 이란 지도부가 핵무기 제조를 결심하더라도 실제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하고 싶어한다. 자칫 의회가 이번 합의에 불만을 품고 의회의 승인권을 강하게 요구하거나 새 제재 법안의 통과 절차를 진행할 경우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 있는 탓이다. 미국은 또 이란이 합의안에 따른 의무사항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이란 쪽 협상가들은 구체적 내용을 적시하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제제재는 즉시 해제돼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이란 쪽도 내부 강경파 설득을 위해 이란이 ‘핵 농축 권리’를 확보했다는 점을 내세우길 원하고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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