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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목숨 걸고 왔는데 문전박대…“EU, 난민 대책은 본국 송환”

등록 2015-04-23 19:48수정 2015-04-23 21:40

가디언, 정상회의 성명 초안 입수
“EU, 브로커들과 전쟁 선포할 듯
선박 사전 파괴 등 유입 원천봉쇄”
22일 이탈리아 항구 살레르노에 도착한 이탈리아 군함 ‘키메라’의 갑판 위에 전날 구조된 545명의 난민 일부가 앉아 있다. 이들은 8개주의 보호소에 나뉘어 수용될 예정이다. 이날에만 이탈리아 해안으로 600명이 넘는 난민들이 도착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21일에도 남부 칼라브리아주에서 150㎞ 떨어진 곳에서 446명의 난민들을 구조했으며, 트리폴리 북동쪽 90㎞ 지점에서도 가라앉는 구명보트에서 11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살레르노/EPA 연합뉴스
22일 이탈리아 항구 살레르노에 도착한 이탈리아 군함 ‘키메라’의 갑판 위에 전날 구조된 545명의 난민 일부가 앉아 있다. 이들은 8개주의 보호소에 나뉘어 수용될 예정이다. 이날에만 이탈리아 해안으로 600명이 넘는 난민들이 도착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21일에도 남부 칼라브리아주에서 150㎞ 떨어진 곳에서 446명의 난민들을 구조했으며, 트리폴리 북동쪽 90㎞ 지점에서도 가라앉는 구명보트에서 112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살레르노/EPA 연합뉴스
지난 18일 빈곤과 내전을 피해 리비아에서 배를 타고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 800여명이 지중해 바다에 빠져 숨지자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 외무·내무장관 회의가 열렸고 정상회의 일정도 잡혔다. 더이상 지중해의 비극을 두고 볼 수 없다며 각종 대책들이 모색됐다. 하지만 그 정점인 유럽연합 정상회의 합의문 초안에서 공개된 대책은 초라하기만 하다. 일부 난민한테만 머물 곳을 제공하고 대부분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다는 방침이다.

23일 열린 유럽연합 긴급 정상회의 성명 초안을 입수한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에게 5000개의 거처만 제공할 예정이다. 나머지 난민들은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가 도입할 새 ‘신속 송환 프로그램’에 따라 본국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지난해 이탈리아에 밀입국한 난민은 15만명에 달하며, 올해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3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새 계획대로라면 목숨을 걸고 유럽에 도착한 난민 대부분이 쫓겨나야 한다.

정상회의 성명 초안은 지난 20일 유럽연합 외무·내무장관들이 프론텍스의 해상경비 정책 ‘트리톤 작전’에 대한 지원을 2년간 2배로 늘리기로 한 방침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유럽의회는 “이런 움직임이 프론텍스의 권한 안에서 수색·구조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론텍스 책임자는 22일 “트리톤은 수색·구조 작전이 될 수 없으며, 프론텍스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대신 난민 밀입국 브로커 조직들과의 전쟁을 즉각 시작하겠다고 선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 조직들이 사용할 선박을 사전에 찾아내 파괴하는 방식으로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경 순찰을 지원해 지중해를 통한 난민의 유입을 막을 계획이다.

앞서 크리스 패튼 전 유럽연합 집행위원과 카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조지 소로스 등 유력인사 50여명은 “지중해 난민 참사는 유럽대륙 양심에 오점”이라며 유럽 정상들이 즉각 폭넓은 수색·구조 작전을 재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이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의 ‘마레 노스트룸’에 대한 지원을 외면해 난민 사망자만 늘게 했다고 비난했다. ‘마레 노스트룸’은 2013년 10월 한 이탈리아 어선이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155명의 난민들을 구조하던 중 전복돼 368명이 숨지자 이탈리아 정부가 도입한 수색·구조 작전이다. 14개월 동안 지중해에서 10만~15만명의 난민을 구조했다. 하지만 매달 약 900만유로(약 104억원)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이탈리아의 지원 요청을 유럽연합이 거절해 중단됐다.

유럽연합의 난민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도 나온다. 2년간 아프리카와 중동을 여행하며 난민 밀입국 브로커들을 취재해온 안드레아 디 니콜라는 “브로커들은 ‘유럽이 국경을 막으면 우리가 더 많은 돈을 벌게될 뿐, 결코 (난민 유입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비시> 방송에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난민문제를 연구해온 로빈 라이네케는 1994년 미국 클린턴 정부가 멕시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강화하는 ‘저지를 통한 예방’ 전략으로 바꿨으나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난민들은 국경 대신 애리조나의 험준한 산악지대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남애리조나에서 난민 인명사고가 급격히 증가하는 후유증을 낳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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