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평화운동가 30여명 평양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며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행사를 펴는 ‘위민크로스디엠제트’ 회원들이 19일 중국 베이징 홀리데이인호텔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닷새 머문뒤 DMZ 걸어 24일 방한
“우리의 한걸음, 통일 가능성 열길”

“우리의 한걸음이 그동안 분단으로 고통받아온 한반도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통일로 가는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열길 바랍니다.”

세계 15개국 30여명의 저명한 여성·평화운동가들이 함께 한 ‘위민 크로스 디엠지’(Women Cross DMZ)가 19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날아갔다. 이들은 닷새 동안 북한에서 ‘여성과 평화만들기’를 주제로 심포지엄과 음악회를 열고 어린이병원 등을 방문한다. 24일에는 비무장지대를 걸어 남한 판문점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 여성운동의 대표적 인물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이베리아의 리마 보위, 북아일랜드의 메리어드 매과이어, 월트디즈니 창업자의 손녀 애비게일 디즈니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평양으로 향하기 직전 베이징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반도의 평화를 촉구하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매과이어는 “평화의 여성 사절단인 우리들이 비무장지대를 걸어 건넌다는 것은 놀라운 기회다. 비무장지대는 대다수 한반도 사람들의 의지에 반해 만들어졌고,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아픔을 겪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을 위로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지하려고 행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성 주도의 비폭력 투쟁을 이끌며 라이베리아 내전 종식에 이바지한 보위는 “우리나라도 과거 전쟁과 심각한 인권 유린을 겪었다”며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갈등과 고통, 질곡이 깊은 땅이다. 세계의 어느 한 지역이라도 평화롭지 않다면 진정한 평화는 없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세계 시민으로의 마땅한 의무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폭탄이다. 여성들이 풀지 못할 갈등과 반목은 없다”며 “남북의 정치인들이 고통을 (뒷세대에) 넘기지 말고 이번 세대에 전쟁과 분단을 끝내길 소망한다”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소식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민감한 시기인데 괜찮겠느냐’는 물음에는 “이미 북한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는 24일 걸어서 판문점에 도착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여성과 한국의 평화를 상징하는 더블유(W)자의 색동천을 펼쳐 보인 뒤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글·사진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