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이 2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65차 정기총회 개막식에서 회장직을 놓고 경선을 벌이는 알리 빈 알 후세인(왼쪽 아래) 부회장 뒤를 지나고 있다. 취리히/AFP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이 사상 최악의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가운데, 피파의 오랜 후원사들은 이 매력적인 시장에 불어닥친 풍파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피파 후원사들은 미국 법무부가 지난 27일(현지 시각) 피파 전·현직 간부 9명과 스포츠마케팅 회사 임원 5명 등을 뇌물, 돈세탁 등 47개 혐의로 기소하자,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피파의 가장 큰 후원사 중 하나인 신용카드회사 비자는 성명을 내 “(피파가) 강력한 윤리 문화를 새로 정립하는데 실패할 경우 스폰서십을 재고하겠다”라고 밝혔다. 비자는 피파와 2022년까지 후원 계약을 맺은 상태다.
30년 넘게 피파를 후원해온 코카콜라는 “(이번 일이) 피파 월드컵의 사명과 이상을 퇴색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착취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맥도널드도 ‘카타르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찌감치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피파 논란에 문제를 느끼고 발을 뺀 기업도 있다. 소니는 지난해 3억달러짜리 8년 후원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미 법무부의 엄포에도, 피파에 대한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아직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피파가 주관하는 월드컵 경기는 후원 회사들이 신흥시장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독보적인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후원 중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피파는 내부자 비리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는데, 당시에도 코카콜라와 아디다스 등 후원사들은 우려를 나타냈지만 계약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2010년에 피파가 2014년 월드컵을 후원하기로 한 기업들로부터 챙긴 16억달러(약 1조7710억원) 가운데 절반 가량이 코카콜라와 아디다스, 현대기아차와 비자, 소니 등 당시 6개 ‘파트너’들에게서 나왔다.
나이키는 이번 피파 수사 대상에 직접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미 법무부가 기소장에서 브라질축구협회(CBF)와 1996년 납품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3천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밝힌 스포츠용품 업체가 나이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이키는 1996년 브라질축구협회와 1억6000만달러의 후원 계약을 맺었는데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79) 피파 회장은 29일 5번째 임기 도전에 나서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를 강행했다. 피파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가 드러나자 블라터 회장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서 선거를 앞두고 표심이 흔들리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블라터 회장은 산하 6개 대륙 연맹 중 유럽을 제외한 5개 대륙의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반란표가 잇따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선거에 앞서 뉴질랜드축구연맹 회장은 성명을 내 블라터에 도전장을 내민 요르단의 알리 빈 후세인 왕자(39)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후세인 왕자를 지지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김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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