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제인 시카고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사람들이 풍선으로 ‘승리’(VICTORY)라는 글자를 만들어 행진하고 있다. 지난 26일 미 연방대법원은 동성 간의 결혼을 연방 차원에서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시카고/EPA 연합뉴스
‘동성결혼 합헌 환호’ 축하 행진
미 주요 도시서 수백만명 참여
영·프·터키 등서도 “곧 가능 기대”
미 주요 도시서 수백만명 참여
영·프·터키 등서도 “곧 가능 기대”
온통 무지개 빛깔로 출렁인 날이었다.
지난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합헌 판결을 내린 뒤 첫 일요일인 28일, 세계 곳곳에서 열린 ‘게이 프라이드’(동성애자의 자긍심) 행진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으로 물들었다.
미국에선 동부 뉴욕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주요 도시들에서 수백만명이 동성애자들의 결혼할 권리가 인정된 것을 환영하는 거리 축제를 벌이거나 구경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만6000여명의 시민이 ‘예외 없는 평등’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도로 행진을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무지개색 깃발과 우산을 들었다. 무지개색 양말과 튀튀(접시 모양의 짧은 발레 스커트)를 입은 이들도 많았다.
2만2000여명이 무지개 행진을 벌인 뉴욕에선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동성애자 인권운동의 역사적 장소인 ‘스톤월 인’ 앞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섰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뉴욕주에서 동성결혼은 ‘불법’이었다.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심지어 이슬람국가인 터키에서도 축하 행진이 열렸다. 프랑스 파리 행진에 참가한 셀린 슐레비츠(25)는 “곧 모든 나라에서 동성 결혼이 가능해지고 모든 이들이 자유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아일랜드의 행진자들은 이번 미국 대법원의 결정이 자신들의 국민투표에 대한 ‘축하 보너스’라고 입을 모았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100여명이 축하행진을 벌였지만 경찰이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기간에 허가받지 않은 집회라는 이유로 물대포와 고무탄환을 쏴 해산시켰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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