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스트리아 빈의 유엔 건물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 뒤 이란과 주요 6개국 대표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알리 악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에너지기구 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나란히 서 있다. 빈/AP 연합뉴스
미-이란 핵협상 타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최종 타결됐음을 알리면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 말처럼 얼마 전까지도 불가능해 보였던 이번 협상 타결은 핵 비확산 체제와 이란-서방 국가간 관계, 중동 정세에 끼치는 영향 등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란은 서방 국가들이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10여년간 핵개발 활동을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이슬람혁명 36년만에 적대관계 청산
중동정책 대전환 예고
이스라엘·사우디 반발 거셀듯
대선 눈앞 공화당 “반대” 예고
미 의회 승인 여부가 최대 숙제
이란 실제 핵 포기할지도 논란 ■ 오바마 외교의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뒤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야심찬 정책을 표방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란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 이번 협상 타결은 오바마의 핵정책과 외교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란이 미국 주도의 핵 비확산 체제에 실질적으로 편입되고, 이란의 외교·군사 정책이 어느 정도 미국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게 됨을 의미한다. 오바마는 취임 뒤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정세 안정을 위한 열쇠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왔다. 이란이 이번 합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할 경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 단계로 들어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이란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최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협상까지 타결함으로써 미국의 오랜 대외정책 숙제를 해결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 중동 정세에는 양날의 칼
이번 합의는 중동의 세력 판도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혁명과 핵개발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왔던 이란은 이번 협상으로 국제사회에 복귀해 공식 지위를 회복하는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는 이란 중심의 시아파 연대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수니파 국가들 간 대결과 종파분쟁 구도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란과 갈등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반발은 이미 중동에 또 다른 불안을 낳고 있다. 사우디 쪽은 이란에 허용된 만큼 자신들도 핵개발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이란은 핵무기(개발)로 (향하는) 확실한 길을 보장받을 것”이라며 “이란은 수억달러의 일확천금을 얻게 될 것이고, (중동) 지역과 세계를 향한 공격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노에 찬 반응을 내놨다.
■ 국내 반발 넘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가 반대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미국 내 정치권의 반대가 거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12일 “핵협상을 타결짓더라도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의회 통과 과정이 매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이란 핵협상 승인법’은 오바마 정부가 어떤 합의안을 들고 오더라도 60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의회 표결 시점은 8월 한달간의 휴회 기간을 고려하면 10월 중순 이후가 된다. 대선을 1년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공화당 쪽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 등 정계에 강력한 로비력을 지닌 이스라엘이 가세할 것도 분명하다.
■ 순탄치 않을 앞길
실제 이행 단계에 들어가더라도 그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이란이 궁극적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란은 이번 합의에서 기존 핵시설의 상당 부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핵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합의서 분량이 100쪽에 이를 정도로 그 내용이 복잡하다. 이란의 핵시설 자체가 플루토늄과 중수로, 우라늄 농축시설 등으로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핵시설을 감축 또는 동결하고, 사찰하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1994년 합의한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플루토늄 시설만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이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미국과 이란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이행을 할 텐데, 10년 이상의 이행 기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중동정책 대전환 예고
이스라엘·사우디 반발 거셀듯
대선 눈앞 공화당 “반대” 예고
미 의회 승인 여부가 최대 숙제
이란 실제 핵 포기할지도 논란 ■ 오바마 외교의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뒤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야심찬 정책을 표방했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란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 이번 협상 타결은 오바마의 핵정책과 외교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이란이 미국 주도의 핵 비확산 체제에 실질적으로 편입되고, 이란의 외교·군사 정책이 어느 정도 미국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게 됨을 의미한다. 오바마는 취임 뒤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정세 안정을 위한 열쇠로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왔다. 이란이 이번 합의안을 충실하게 이행할 경우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이란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 단계로 들어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이란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최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이어 이란 핵협상까지 타결함으로써 미국의 오랜 대외정책 숙제를 해결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 중동 정세에는 양날의 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