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불법거래는 범죄행위” 규정
미국 16만명 ‘사냥 의사 처벌’ 청원
짐바브웨,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
미국 16만명 ‘사냥 의사 처벌’ 청원
짐바브웨, 미국에 범죄인 인도요청
짐바브웨의 명물 수사자 세실의 죽음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유엔은 ‘밀렵과의 전쟁’을 선언했고, 세실을 죽인 미국인 치과의사의 처벌 관련 청원에 백악관도 곧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세실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은 이주 초 미국인 치과의사 월터 파머가 세실을 동물보호구역인 황게국립공원 밖으로 유인해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파머가 세실을 쏴 죽인 뒤 껍질을 벗기고 머리까지 잘랐다는 소식에 파머는 공분의 대상이 됐다. 파머의 미네소타 집과 병원 앞에서는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온라인에서도 누리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파장은 유엔에까지 미쳤다. 유엔은 30일 총회에서 야생동식물 밀렵과 불법거래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각 나라가 밀렵과 밀매를 예방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백악관도 곧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누리집에선 28일 ‘짐바브웨 정부의 인도 요청이 있을 경우 파머를 신속하게 넘겨주도록 협조해달라’는 청원이 시작됐는데, 31일 현재 15만9935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30일 이내 10만명 이상이 동참한 청원은 검토 뒤 응답하게 되어 있다.
실제 짐바브웨 정부는 이날 파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파 무칭구리 환경장관은 수도 하라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그가 짐바브웨 법을 어겼기 때문에 여기서 조사받기를 원한다”며 검찰총장을 통해 미국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관은 “이미 (파머에 대한 인도 요청) 절차에 들어갔다”며 “우리는 관계자들에게 그가 저지른 위법행위를 책임질 수 있도록 그를 짐바브웨로 넘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어류 및 야생동식물 보호국은 파머의 사자 사냥 관련 조사를 하겠다고 30일 밝혔으나, 파머와의 접촉에 실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들은 파머가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머가 5만달러의 거액을 내고 나선 사냥여행이 주목을 받으면서, 남부 아프리카에 성행하는 사냥산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야생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는 이 지역의 사냥산업이 연 1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사냥감으로 사육되는 사자가 6000여마리에 달하며, 짐바브웨에만 200여개의 사자농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매해 900마리가량이 불법 사냥으로 숨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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