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페루 마드레드디오스주 불법 탄광지역을 정부군이 급습한 뒤 불법 성매매 업소 앞 바닥에 브라가 버려져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투표 끝에 가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성노동자 인권보호 위한 결정”
매수·알선자도 처벌 제외 ‘비난’
매수·알선자도 처벌 제외 ‘비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노동자뿐 아니라 성매수자와 알선업자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에 논란이 일고 있다.
앰네스티는 11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한 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앰네스티는 성노동을 전면적으로 비범죄화하는 정책을 개발하고, 성노동자들이 착취와 인신매매, 폭력으로부터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도록 각국 정부에 요청하기로 결의했다.
앰네스티는 지난 2년간 조사와 자문을 거친 결과, 이런 방안이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대 등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비범죄화가 자의적 체포와 구금, 강요와 희롱, 폭력에 시달리는 성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살릴 셰티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오늘은 국제앰네스티에 역사적 날”이라며 “이 결정은 쉽게 빠르게 내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60여개국에서 참석한 400여명 대의원 가운데 이 안건에 찬성과 반대를 표한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앰네스티 스웨덴·프랑스 지부 등은 성노동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되, 성 매수자와 알선자는 처벌토록 하는 이른바 ‘노르딕 모델’의 채택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앰네스티는 이 경우에도 성매수자들이 법망을 피하도록 성노동자들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등 성매매 자체가 더 음성화돼 성노동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뉴질랜드 등이 성매매를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고 있다.
앰네스티의 결정에 프랑스 매춘폐지연합은 “앰네스티는 모든 여성을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대신 포주와 성 매수자의 처벌 면제를 택했다”고 비난하며, 앰네스티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스웨덴 외무장관 마르고트 발스트룀도 “여성이 자유롭게 성매매를 택해 행복하게 일한다는 건 신화”라며 “포주와 성 매수자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앞서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윈즐릿, 에마 톰슨 등 유명 배우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앰네스티에 성매매 비범죄화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 모양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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