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프랑스 파리의 공화국광장에 시민과 이주자 1만여명이 모여 “난민 환영” 집회를 열고 있다. 광장 중심에 솟은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마리안 동상의 기단에 집회 참가자들이 예멘, 요르단, 이라크, 터키 등 난민 발생국과 체류국의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파리/UPI 연합뉴스
[시리아 난민 대책]
“시리아 난민 16만명 할당 수용”
EU 집행위원회에서 제안 예정
오스트리아·영국은 수용 밝혔지만
폴란드·체코 등 동유럽국가는 ‘반대’
유럽의회 통과될지 미지수
반기문 총장 “난민 문제 유엔 정상회의 소집”
교황 “모든 교구가 난민 한 가족씩 수용을”
“시리아 난민 16만명 할당 수용”
EU 집행위원회에서 제안 예정
오스트리아·영국은 수용 밝혔지만
폴란드·체코 등 동유럽국가는 ‘반대’
유럽의회 통과될지 미지수
반기문 총장 “난민 문제 유엔 정상회의 소집”
교황 “모든 교구가 난민 한 가족씩 수용을”
터키 해변에 지난 2일(현지시각) 주검으로 떠밀려온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처연한 사진이 전세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눈치보기와 떠넘기기로 일관하던 유럽도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독일이 모든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주말인 5일엔 오스트리아가 시리아 난민들에게 국경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난민들에게 사실상 문을 걸어잠갔던 영국도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유엔은 오는 30일 시리아 난민 문제를 논의할 정상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은 오는 9일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가운데 22개국이 시리아 난민들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난민 대책을 제안할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어 14일엔 유럽연합 주요국들이 긴급 장관회의를 열어 난민 대책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6일 시리아 난민 소년의 죽음에 대해 “충격적이고 비통하다”며 “시리아 난민 문제를 논의할 유엔 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난민 정상회의는 올해 유엔 정기총회 기간인 9월30일에 열릴 예정이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9일 제안할 큰 틀은 외신들을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총인구가 4억명에 이르는 22개 회원국이 각국의 인구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난민을 분산 수용한다는 게 뼈대다. 현재 유럽에는 이탈리아, 그리스, 헝가리 등 세 나라를 중심으로 약 16만명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연합 집행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런 난민 할당 안이 9일 (유럽연합 집행위가) 유럽의회에 제출할 난민 문제 종합대책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의 제안이 유럽의회에서 무난하게 통과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 때문이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발칸반도 3국과 중부 유럽 4개국에 요구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수용 규모는 모두 합쳐 최대 3만명 수준이다. 바르샤바,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 대도시들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유럽연합의 입장이다. 하지만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 총리들은 지난 4일 프라하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유럽연합의 강제적인 난민 할당에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의무적이고 항구적인 난민 할당제를 도입하려는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럽의 난민 분담은 개별 회원국이 최선의 이행 방안과 가용 자원을 동원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난민을 수용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서유럽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 사이에는 입장 차이가 큰 탓에 실효성 있는 합의가 이행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리아의 상당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군사공격을 강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 사태의 근본 원인이 4년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다.
프랑스 <르몽드>는 5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시리아의 이슬람국가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난민의 엑소더스(대규모 탈출), 서방 연합군의 이슬람국가 격퇴 실패,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강화 가능성이 프랑스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지금까지 프랑스는 국제사회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도와주는 역효과를 낼 것이란 이유로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을 거부해왔다.
영국도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작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영국 <타임스>는 6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10월 초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 세력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는 방안을 의회 표결에 부치려 한다고 보도했다. 표결안에는 난민 밀입국 조직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군사적 조처 방안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바티칸에서 “유럽 모든 교구가 난민 한 가족씩은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단지 ‘용기를 가져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먼저 바티칸 교구 두 곳이 곧 난민 가족한테 쉼터를 제공해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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