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하기 좋은 날씨” 기상예보 방송 영상을 영문 자막을 붙여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화면.
“오늘 시리아는 포근하고 맑겠으며, 전투기 비행과 공습에 훌륭한 기상 조건입니다.”
러시아 국영 티브이방송 <로시야 24>가 지난 4일 내보낸 기상예보다. 세련된 빨간색 원피스 차림에 금발의 여성 캐스터가 대형 스크린 앞에서 선 모습은 여느 기상예보 방송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스크린에는 기상 지도 대신 날렵한 자태의 수호이-27 전투기 한 대를 공중촬영한 정지 화면이 ‘비행 날씨’라는 러시아어 자막과 함께 나온다.
캐스터는 “러시아 공군이 시리아에서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상 조건이 공습 작전에 아주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 순간 스크린에는 러시아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이 지상 목표물에 명중해 폭발하는 모습이 담긴 조종석 모니터 화면이 잠깐 스쳐간다.
곧 이어 캐스터는 스크린에 기상 수치 그래픽을 보여주며 “시리아의 10월은 비행하기 좋은 날씨로, 평균 풍속이 초속 2.4m이며 비는 열흘에 한번 꼴로 온다”고 소개한다. 그는 또 “평균 13일 가량 구름이 끼지만, 지상으로부터 4~6㎞ 상공에 형성돼 (공습) 작전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건 아니다”고 설명한다. “그런 기상 조건에선 구름 아래로 비행하며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다가 대공화기의 반격이 있을 땐 구름 위로 올라가면 된다”는 해설까지 덧붙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러시아의 이런 기상예보 방송 영상을 영문 자막을 붙여 보도했다. 러시아 공군은 지난 1일 시리아 공습을 개시해 이날까지만도 100차례가 넘게 출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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