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아서 맥도널드.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인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캐나다와 일본 연구자 2명이 201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일본의 가지타 다카아키(56) 도쿄대 교수와 캐나다의 아서 맥도널드(68) 퀸스대 석좌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올해 노벨상 발표 첫날인 5일 오무라 사토시(80) 기타사토대 특별영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 이어 이틀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내면서 ‘과학 강국’임을 또다시 입증했다.
노벨위원회는 “두 과학자는 우리 우주에서 빛의 입자인 광자 다음으로 많은 중성미자가 애초 과학자들의 예견과 달리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우주의 생성과 현재를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모형은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나, 이들의 발견으로 표준모형도 완벽한 이론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태양의 핵융합 때 생성된 중성미자가 지구에 도착하는 것이 3분의 1밖에 안 되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실험으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어 다른 중성미자로 변환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맥도널드 교수는 수상자 선정 직후 <로이터> 통신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중성미자가 태양에서 지구까지 날아올 때 형태를 바꾸는 것을 알아낸 실험은 분명 ‘유레카’(획기적인 발견이나 깨달음)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성미자는 올해까지 4번에 걸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을 정도로 중요한 입자다. 서울대 김수봉 교수 등이 참여해 중성미자 변환 비율을 측정하고 있는 실험도 주목을 받는 분야”라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는 800만크로나(약 11억2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일본은 지난해 3명의 물리학상 수상자에 이어 2년 연속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냈다. 아카사키 이사무(85) 메이조대 종신교수 등 3명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지난해 물리학상을 받았다. 일본 출신 과학자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은 1949년 첫 배출 이래 이번이 7번째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수상만 2002년, 2008년, 2014년에 이어 네번째다.
더욱이 이번 수상자인 가지타 교수는 200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고시바 마사토시(89) 도쿄대 특별명예교수의 제자이기도 하다. 한솥밥을 먹던 스승과 제자가 모두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된 것이다.
가지타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24명(미국 국적 2명 포함)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등이다. 과학 분야에서의 수상자가 무려 21명이다.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만 배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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