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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시노드, 보수-진보 절충안 채택 교황, 보수파에 “닫힌 마음” 비판

등록 2015-10-25 19:48수정 2015-10-25 21:44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폐회
재혼·동거부부 포용 확대
동성애는 엄격한 반대 유지
가톨릭이 ‘가족’과 ‘결혼’에 대해 일부 전향적인 태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바티칸에서 폐회된 시노드(주교 자문회의)에서, 가톨릭 교회 지도부는 이혼한 뒤 다른 배우자와 재혼한 신자와 결혼하지 않은 동거 부부들도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부분적으로 열어놓았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선 여전히 엄격한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주교들은 이날 교회 내 진보파와 보수파 사이에 성과 결혼에 대한 상반된 시각의 교착 상태를 반영하는 타협적인 보고서를 승인하는 것으로 3개월 동안 치열한 토론을 벌인 시노드를 마무리지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가족 문제에 대한 진보적 교의를 주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새로운 교회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바티칸 시노드는 주교, 또는 주교와 평신도들로 구성되는 교황의 자문기구다. 시노드에서 채택된 보고서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교황의 판단에 달렸다. 그러나 세계 전역에서 270명의 주교들이 참가한 이번 시노드의 최종 보고서는 가톨릭 내 진보적 움직임과 보수적 엄격함 사이의 균열이 깊어진 현실을 드러냈다. 다른 한편으론 그런 갈등을 봉합하고 사회변화의 속도와 전통적 가치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보고서가 극히 신중한 단어와 표현들을 사용한 까닭에 보수파와 진보파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보고서는 동성결혼의 허용 여부를 명시하지 않은 채 “동성애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가족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성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만 표현했다. 또 비혼 동거에 대해선 “그들을 ‘결혼과 가족의 완전성’으로 인도하기 위한 건설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보수 성향 주교들은 이런 문구들이 “결혼은 영속적이며 (부부를) 갈라놓을 수없다”는 기존 교의와 일치한다며 환영했다. 반면 진보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회 안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돼온 주제들을 주교회의에 상정한 점과 최종보고서에 교황의 ‘변화 만들기’를 가로막을 어떠한 문구도 들어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폐막 뒤 “이번 시노드는 모든 난제와 불확실성에 대한 완벽한 해법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그런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맞서며 신앙의 빛에 비춰보자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그러나 “이번 시노드는 모세와 판관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교회의 가르침이나 선의의 뒤에 숨는 ‘닫힌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일부 권위주의적이고 완고한 보수 성향의 주교들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시노드 총회가 시작된 22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존의 가족·생명에 관한 교황 자문위원회를 대체할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고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가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노드 이후 자신의 구상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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