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다 마사노리. 사진 김일우 기자
규슈올레 ‘미나미시마바라 코스’ 담당 구스다 마사노리
“사랑하는 사람과 걷고 싶은 길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22일 밤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시마바라비치호텔에서 열린 ‘규슈올레 미나미시마바라 코스 오픈 축하연’에서 구스다 마사노리(43·사진)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미나미시마바라시 공무원인데, 지질을 연구하는 시마바라반도 지오파크협의회에서 파견돼 일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에 개장한 17번째 규슈올레길인 미나미시마바라 코스를 직접 만든 사람이다. 안은주 제주올레 사무국장은 그를 가리키며 “미스터 규슈올레”라고 했다.
규슈올레길은 2012년 2월 4개 코스 개장으로 시작했다. 마사노리는 제주올레와 규슈관광추진기구가 일본 규슈지역에 제주올레길을 본 뜬 올레길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미나미시마바라에도 규슈올레길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신청서를 냈다.
규슈올레길로 선정되려면 우선 규슈지역 각 현이 실시하는 1차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규슈관광추진기구의 2차 심사와 제주올레의 3차 심사를 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올레길 수정 작업을 거쳐 규슈올레길로 선정된다. 그가 올레길을 내고 싶었던 미나미시마바라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많아 3차례나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 새벽 출근하기 전에도 시간을 내어 흙으로 된 걷기 편한 길을 찾기 위해 바닷가와 산을 돌아다녔다. 심사에 합격한 다른 16개 코스가 어떤지 보기 위해 모두 걸었다. 심지어 제주도에 와서 제주올레길을 걷기도 했다. 그는 결국 4번의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미나미시마바라 코스를 열게 됐다.
“내가 얼마나 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 덕에 살이 많이 빠졌고 건강해졌다. 길을 만드는 사람이 고생한 만큼 걷는 사람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길을 만들게 돼 너무 기쁘다.”
규슈/글·사진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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