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 세종대 교수.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짬] 코트라 정년 이후 왕성한 ‘유대인’ 저술
홍익희 세종대 교수
홍익희 세종대 교수
5년 전 퇴임 뒤 전자책 등 80여권
‘유대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 올라 “해외서 만난 바이어 대부분 유대인
유대교 율법 핵심은 정의와 평등
약자 보듬는 키부츠 방식 주목을” 홍 교수는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1978년 코트라에 입사했다. 퇴직 전까지 7개국에서 18년 동안 해외근무를 했다. 보고타(콜롬비아), 상파울루, 마드리드무역관을 거쳐 뉴욕무역관 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을 지냈다. 퇴직을 앞둔 밀라노무역관장 때 본격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 목록엔 <유대인,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2010),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2013)이란 책도 있다. 왜 유대인이었을까? “외국 근무 때 수출지원을 위해 대형 바이어(구매자)를 만나면 예외없이 모두 유대인이었어요. 유통의 핵심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타 근무 때 군수품 수출이나 커피 수입을 위해 만난 군 에이전트나 커피 수출업자들이 다 유대인이었죠. 유대인 인구 비중이 크지 않은 도시인데 상권은 그들이 장악하고 있었어요. 뉴욕도 그렇습니다.” 그는 수출 현장을 지켜보면서 한국 경제가 도약하려면 서비스업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실상을 보니 금융과 유통 등 서비스업 핵심 영역에서 유대인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 힘의 원천을 살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그가 지난해 펴낸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한스미디어)는 유대인들이 서비스 산업의 핵심인 금융 산업을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상세히 풀어준다. 그는 유대인과 서비스 산업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대인들은 직접 제조업을 하지 않아요. 제조와 판매의 중간인 유통에 주력합니다. 유통을 틀어쥐면 제조와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다이아몬드 산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요가 줄었음에도 다이아몬드 가격이 올랐던 것은 유대인들이 유통을 통해 산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어 공급량 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유대인 경제력의 영향권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이후 여러 한국 은행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지요. 국내 은행들의 외국인 자본 비중이 60%입니다. 우리 삶과 밀접한 석유나 식량, 방위산업 유통의 핵심에도 유대인이 있습니다.” 그는 “유대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뿌리인 유대교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유대교 율법의 핵심은 정의와 평등입니다. 공동체 안의 약자를 돌보고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똑같다고 보지요. 자본주의 정신으로 돈을 벌되, 사회주의 정신으로 분배하는 게 키부츠(이스라엘 농경공동체)의 방식입니다. 공동체자본주의라 할 수 있지요.” 그는 세계적으로 소득불평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을 자본주의의 위기로 규정하며, 헤지펀드와 미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버니 샌더스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소득불평등 심화의 핵심 주역이 헤지펀드입니다. 2010년 미국 상위 10개 헤지펀드의 수익이 6대 은행보다 많았어요. 이들 헤지펀드 대부분이 유대인 자본입니다. 돈선거를 하지 않고 부자증세를 통해 교육·의료 등의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샌더스 주장은 유대 기득권 자본에 대한 도전인 셈이죠. 민주 사회주의자인 유대계 샌더스의 영향으로 힐러리도 좌클릭하고 있어요.” 소득불평등이라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상위 3%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줄어들거나 정체하는, 이런 방식이라면 자본주의는 붕괴할 수밖에 없어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렸습니다. 우리도 부자증세가 꼭 필요합니다.” 유대인에 대한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그들의 지적 능력이다. 그는 유대교가 배움의 종교인 점을 강조했다. “성전이 파괴된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 전까지는 성전 중심의 종교였지요. 하지만 바빌론 유수 이후 율법이 강조되면서 배움의 종교로 바뀝니다. 하나라도 배워야 신의 섭리를 이해하고, 한 발자국 더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들에게 배움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계획을 물었다. “우리 상고사를 경제사적인 측면에서 본 책과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수출강국이 된 과정을 정리한 책이 곧 출간됩니다. 장기적으론 10권 분량으로 한민족경제사를 써보고 싶어요. 혼자 쓰기는 힘들겠죠. 연구소를 꾸려 팀 단위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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