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라 쿠르디
3살 아들 유럽 가다 배 뒤집혀 숨진뒤
난민 어린이 돕는 자선단체 활동
성탄절 맞아 전세계에 포용 호소
난민 어린이 돕는 자선단체 활동
성탄절 맞아 전세계에 포용 호소
“전세계가 시리아인들에게 문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오는 25일 오후 3시35분, 영국 <채널4> 방송에 방영될 성탄 메시지에서 압둘라 쿠르디(40)는 지구촌에 이렇게 호소한다. “평화와 안전을 원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의 고통을 떠올려 주길 요청합니다. 아주 조금의 동정심을 가져주십시오.”
압둘라 쿠르디의 일상은 지난 9월2일에 멈춰 있다. 세살배기 아들 알란 쿠르디가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날이다.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꾸며 그리스로 가는 작은 고무배에 올라탔던 그는 거센 파도에 아내와 두 아이를 잃었다. 모래에 얼굴을 묻은 아기 알란의 모습이 찍힌 사진에 세계인의 가슴도 먹먹해졌다. 아들의 이름은 ‘알란’이었는데 당시 ‘아일란’으로 잘못 알려졌다. 고향인 시리아 북부 코바니로 돌아가 아내와 아이들을 땅에 묻은 그는 며칠을 무덤가에서 떠나지 못했다.
동정과 연민도 잠시,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아버지는 한번 더 절망했다. 그가 아들의 옷을 팔아 거액을 챙겼다느니, 아들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험담이 들렸다. 그가 ‘난민 브로커’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9월 중순께 쿠르디는 쿠르드자치정부의 초청으로 이라크 아르빌로 갔다. 쿠르디는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자치정부 관리들은 “압둘라 쿠르디의 비극은 모든 쿠르드족의 비극”이라고 위로했다.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는 그를 명예 대원으로 임명했다. 한 인권 관련 행사장에는 숨진 아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는 그는 웃는 얼굴로 악수하며 사진을 찍었다. 늦은 밤 호텔에 돌아와서야 그는 여동생 티마의 어깨에 기대 눈물을 쏟곤 했다. “나도 함께 죽었어야 했는데….” 동생은 “오빠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어쩔 줄 몰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아르빌과 시리아의 코바니를 오가며 생활하는 쿠르디는 현재 쿠르드족 난민 어린이를 돕는 자선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 “내년엔 시리아 전쟁이 끝나고 전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 그의 성탄 메시지의 마지막 구절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