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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IS 만행 고발” 오늘도 목숨 걸고 뛰는 언론인들

등록 2015-12-30 19:54수정 2015-12-30 21:35

‘락까는 소리없이 학살당하고 있다’
시리아 시민기자 비밀활동 단체
IS에 활동 발각돼 피살당하기도

현재 락까 18명·국외 10명 활동
서방언론 사진 대부분 ‘이들 것’
CPJ “올 기자 69명 취재중 살해”
락까는 소리없이 학살당하고 있다. 그 참상을 고발하고 있는 언론인들도 같은 운명이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9일 올해 취재 활동 중 살해된 기자는 69명으로, 지난해보다 8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 단체 보고서를 보면, 올해 시리아에서 살해된 기자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난 1월 알카에다 조직의 테러로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기자 8명이 숨진 프랑스가 뒤를 이었다.

나지 제르프
나지 제르프
그중에는 올해 목숨 걸고 세계에 시리아 현지의 소식을 전한 시민 기자들도 있었다.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가 벌이는 잔혹사를 비밀리에 기록해 전하는 단체 ‘락까는 소리없이 학살당하고 있다’(Raqqa Is Being Slaughtered Silently·RBSS) 소속 활동가들이었다. 지난 27일 이 단체 활동을 해온 시리아 언론인 나지 제르프(38)는 터키 남동부의 국경 도시 가지안테프의 길 한복판에서 대낮에 살해당했다. 이슬람국가가 알레포에서 활동가들을 살해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찍은 그는 살해 협박에 시달려왔다. 제르프는 이번주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떠날 예정이었다.

왼쪽부터 이브라힘 압드 카데르, 파레스 하마디
왼쪽부터 이브라힘 압드 카데르, 파레스 하마디
지난 10월에도 터키 남동부 도시 우르파에서 이 단체 소속 이브라힘 압드 카데르가 동료 기자 파레스 하마디와 함께 참수된 채 발견됐다. 이슬람국가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이 단체 대변인 압델아지즈 함자(24)는 최근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이렇게 위험한 일이 될 거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1년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선 시위에 나섰던 이들은 반군이 락까에서 정부군을 몰아내자 박수를 보냈다. 곧 이슬람국가라는 조직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2014년 초 락까를 완전히 장악한 이들은 사람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참수했다. 함자는 “모두 처음 보는 종류의 잔혹함이었다”고 회고했다. 2014년 4월 중순 보다 못한 몇몇의 대학생들이 이슬람국가에 반대하는 활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가 바로 ‘락까는 소리없이 학살당하고 있다’였다.

단체 회원 중 한명인 아부 이브라힘 락까위는 지난해 <알모니터>에 “이슬람국가에 반대하는 문구들을 벽에 그렸고 그들의 범죄를 기록했다. 유인물을 뿌리고 시위도 조직하려고 했다”고 활동상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이들에 협조하는 자는 누구든 가두고 처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해 5월 발각된 단체 회원 중 한명이 락까 시내의 광장에서 처형됐다. 일부는 락까를 떠났고, 일부는 아예 시리아를 떠났다. 락까는 이슬람국가가 선포한 ‘칼리프 국가’의 수도가 됐다.

함자는 “시리아의 이런 상황을 보고 우리는 기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이 단체는 락까에 있는 18명의 시민기자와 시리아 외부에서 활동하는 10명의 활동가로 구성돼 있다. 현장에 있는 익명의 시민기자들이 비밀리에 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자신들의 기기에서 삭제하고, 이를 받은 외부의 활동가들이 온라인에 내보내는 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에 참수된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구하기 위한 미군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소식도 이들이 처음 전했다. 이슬람국가가 요르단 조종사 모아즈 카사스베를 화형하는 영상을 내보내자, 이들은 화형이 진행된 장소를 알리는 사진들을 게시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셰리프 만수르 중동·북아프리카 담당은 “이들은 시리아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미디어”라고 전했다. 실제 서방 언론들이 전하는 시리아의 내부 상황은 대부분 이들이 찍어서 내보낸 것들이다.

함자는 “우리는 무기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그들과 싸운다”고 했다. 지난 16일에도 이 단체 활동을 해온 아흐메드 모하메드 무사(오른쪽)가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락까는 소리없이 학살당하고 있다’는 지난 11월 언론인보호위원회가 수여하는 ‘국제 언론자유상’을 받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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