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언론사나 기관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은 주로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차지한다. 이런 방식의 선정은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훌륭함을 빛나게 하기 보다는 ‘계급 의식’ ‘속물 근성’ ‘공치사’와 같은 부정적인 면을 더 강화시킬 수 있다며 영국 <가디언>이 29일 진짜로 박수를 받아야 할 올해의 인물 36명을 선정했다.
가장 먼저 올해의 인물로 꼽은 사람은 ‘자원 봉사자들’이다. 신문은 “올해는 자원 봉사자들의 해”라며 “그리스 레스보스섬으로 오는 난민 어린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야광조끼를 입고 해안에 서 있던 사람들, 헝가리를 가로지르는 난민들을 위해 책상머리를 박차고 나와 난민들에게 물병들을 건네주던 직장인들, 프랑스 파리의 암울한 밤에 테러 부상자들에게 집 문을 열어 피난시킨 파리 시민들이 있었다”고 했다. 위기의 순간이나 도움이 절실할 때 익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올해는 더욱 이들의 도움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두번째로 시리아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에서 유적을 연구하고 보존을 위해 생명을 바친 칼리드 아사드 박사를 올렸다. 평생 팔미라 유적을 연구했던 고고학자인 그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숨겨놓은 팔미라 유물의 행방을 끝까지 감췄다. 지난 8월 이슬람국가는 그를 참수했다.
세번째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스스로를 ‘미시간 출신의 평범한 엔지니어’라고 소개하는 존 저먼이다. 저먼은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차량의 배출가스가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어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을 불렀다. 폴크스바겐은 1200만대의 차량을 리콜하겠다고 했으며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 1월 프랑스 시사주간 <샤를리 에브도>사무실 테러에 이어 벌어진 유대인 식료품점 인질극 당시 손님들을 몰래 지하로 대피시켰던 점원, 미국 백인 경관이 비무장 흑인을 뒤에서 총을 쏘는 사진을 찍어 대중에게 알린 총격사건 목격자, 국제축구연맹(FIFA) 부정부패의 증인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유엔 친선대사로서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배우 에마 왓슨도 포함됐다.
국가정상급 인물로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등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꼽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난민위기 때 시리아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독일로 유입된 난민은 100만명을 넘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 핵협상 타결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