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광학망원경 관측 성공
백조자리 V404서 가시광선 포착
백조자리 V404서 가시광선 포착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이 광학망원경으로도 관측됐다. 빛까지 빨아들여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블랙홀을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으로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일본 교토대 천문학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중순부터 보름 동안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블랙홀인 백조자리의 V404에서 가시광선이 분출되는 현상을 구경 20㎝의 일반 광학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이 블랙홀을 연구한 논문은 6일 세계적 권위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대다수 블랙홀은 엄청난 중력으로 주변의 물질을 끌어모아 주변에 가스 원반을 형성한다. 그 가스 원반의 안쪽부터 블랙홀에 빨려들 때 블랙홀 내부에서는 빛과 미립자들을 격렬하게 뿜어내는데, 지금까지는 엑스선 망원경이나 감마선 망원경으로만 이 같은 ‘아웃버스트’(outburst)를 관측할 수 있었다. 분출되는 빛의 파장이 가시광선 대역의 바깥에서만 관찰됐다는 뜻이다.
V404 블랙홀의 분출은 지난해 6월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감마선 분출을 포착하면서 처음 감지했다. 태양 질량의 9배 규모인 V404 블랙홀은 다른 항성 한 개와 짝을 이뤄 둘의 질량중심 주위를 공전하는 쌍성계 천체다. 그런데 상대 항성에 작용하는 중력이 너무 커서 마치 사과껍질을 벗기듯 표면 물질들을 빨아들이다가 임계치를 넘으면서 26년 만에 대분출을 했다.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이 블랙홀이 거느린 가스 원반의 강착 정도 및 공전 주기와 블랙홀 입자 방출의 관계를 연구하면서 광학망원경 관찰을 주도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천문학자 포샤크 간디는 <네이처>에 실은 이번 논문의 해설에서 “V404 블랙홀은 내부에 물질이 빨려들 때 성간가스와 먼지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밝게 빛났다”며 “그런 장애물이 없었다면 V404블랙홀은 사람이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관찰한 가장 먼 천체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대의 천문학자 에릭 슐레겔은 “블랙홀은 종종 별과 가스를 잡아먹는 천체로 비유되며 그들도 식사를 마친 뒤 트림을 할 수 있지만, 이번처럼 가까이서 뚜렷이 관찰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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