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언론, 검찰 수사 결과 보도
주고 받은 이메일서 신분 밝혀져
중국 정부 관련 여부는 불분명
주고 받은 이메일서 신분 밝혀져
중국 정부 관련 여부는 불분명
지난해 7월 중국 기업인이 미국의 첨단 군사기밀을 해킹한 사건에 중국 군인들이 가담했다는 수사 결과가 캐나다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중국 군의 해킹을 도와준 캐나다 거주 중국인이 캐나다 경찰에 체포돼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어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 메일>은 정보공개청구로 법원에서 입수한 현지 검찰의 수사기록 요약본을 인용해, 벤쿠버에서 항공기술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수빈(50)이 2009년부터 F-35 스텔스 등 최신 전투기 관련 기술 정보를 빼낸 사건에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중국인민해방군 장교 2명이 공모자로 관여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수빈은 2009~2012년 2명의 해커와 공모해 미 국방부와 납품계약을 맺은 군수업체들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해 F-22, F-35 전투기와 C-17 수송기 등의 부품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미국이 발부한 체포영장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수빈이 해커들과 주고 받은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 2명의 해커가 중국의 현역 군인 신분으로 밝혀진 것이다.
공모자들의 얼굴 사진, 성명, 계급, 부대명, 생년월일 등 신상정보가 담긴 중국군 신분증이 이메일 첨부파일에서 발견됐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군 공모자의 해킹이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벌인 것인지 아니면 금전적 이득을 노린 개인적 일탈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검찰 기록에 따르면, 수빈은 공모자들에게 미 군수업체들의 이메일들 중에서 해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지목해 주었으며, 군인 해커들은 방대한 분량의 파일 목록 중 어떤 자료들을 탈취해야 하는지 자문을 받았다는 것이다. 수빈이 공모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중에는 “이런 자료는 큰돈을 벌기 힘들다”거나 “어떤 중국 회사는 (해킹 자료의 대가가) 너무 인색하다”는 내용도 있었다. 해킹이 금품을 기대한 개인적 일탈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의 해킹 연구 전문가인 애덤 시걸은 “공모자들이 매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집에 있을 때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일정한 시간에 같은 일을 반복한 점으로 미루어, 그들이 프리랜서라고 단언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모자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의 지휘를 받는 해커들이며, 때때로 돈을 벌기 위한 프리랜서로 해킹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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