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 전날인 26일 밤(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전야 미사에서 한국인 신자 김희 스텔라씨에게 세례를 주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부활절 메시지, 난민 포용 촉구
“사랑을 무기로 폭력에 맞서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부활절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를 향해)를 통해 “맹목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이라는 악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사랑의 무기를 사용하라”고 말했다. “사랑이라는 무기로 신은 이기심과 죽음을 패퇴시켰다”고도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최근 벌어진 벨기에 브뤼셀 테러를 비롯해 터키, 나이지리아, 차드, 카메룬, 이라크 등을 들며, 테러와 폭력 사태를 비판했다. 교황은 “오늘 부활한 예수는 세계 여러 곳에서 계속 피를 부르는 맹목과 야만의 폭력에 희생된 이들에게 우리가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부활절 메시지에서 난민에 대해서 싸늘해지고 있는 유럽에 대해서 난민들에게 포용적 태도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찾아 온 이들, 전쟁, 굶주림, 빈곤, 사회 불의를 피해 온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과 이주민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우리의 난민 형제자매는 너무나 자주 죽음을 맞고, 환영하거나 지원해야 할 이들로부터 오히려 거부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지난해 9월에도 “유럽 모든 교구가 난민 한 가족씩은 받아들이라”며 유럽이 난민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당시 “단지 ‘용기를 가져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먼저 바티칸 교구 두 곳이 곧 난민 가족한테 쉼터를 제공해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터키에 60억유로 지급 등 각종 지원을 해주고, 대신 터키가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 상당수를 데려가기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이 때문에 난민들의 유럽행은 더욱 어려워졌다.
교황은 복잡하게 얽힌 난민 사태의 진원으로 거론되는 시리아 사태도 언급했다. 그는 “오래 이어진 내전이 죽음, 파멸, 인도적 법률에 대한 무시를 불러일으켰다”며 “선의와 협력이 평화의 열매를 맺고 서로 사랑하는 사회의 건설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을 비롯해 예멘과 이라크, 리비아, 부룬디 등의 분쟁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교황은 강조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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