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 왜소 인류 호빗족을 다룬 판타지 영화 ‘호빗’의 한 장면.
‘원시 왜소 인류’ 플로렌스인, 호모 사피엔스와는 별개의 종
연구 결과, 두 인류 조우 과정서 호빗족 멸종했을 가능성
연구 결과, 두 인류 조우 과정서 호빗족 멸종했을 가능성
키가 1m 남짓해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족’으로도 불렸던 원시 왜소 인류인 플로렌스인이 기존 학설보다 약 4만년 정도 이른 5만년 전에 멸종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플로렌스인의 화석 등을 분석한 결과, 플로렌스인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는 별개의 종임을 뒷받침한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등록됐다고 영국 방송등이 31일 보도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다국적 팀으로 꾸려진 연구진은 지난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동굴에서 발견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플로렌스인)의 화석을 ‘우라늄-토륨 연대 측정법’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당시 함께 발견된 돌 도구, 퇴적물, 화산재 등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플로렌스인의 화석은 지금으로부터 6만~10만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용한 석기들도 5만년 전의 것으로 발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플로렌스인이 1만2천년 전까지 생존했던 것으로 추측했던 기존 학설을 뒤집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후대의 표본들이 잘못 섞여들어가 연대 측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플로렌스인이 현생 인류와는 다른 종이며, 현생 인류와 조우하는 과정에서 멸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플로렌스인은 최소 100만년 전 인도네시아 플로렌스 섬에 고립돼 몸이 작아지는 쪽으로 변화했으며,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만난 뒤 도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플로렌스인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왜소증에 걸린 것이라는 주장과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이라는 주장이 맞서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퍼트 로버츠 호주 울런공대 교수는 “기존 학설대로 호빗이 1만2천년 전까지 살아남았다면, 인류와 4만년 가까이 공존했다는 것이 되는데 그것이 항상 미스터리였다”며 “이번 연구로 호빗과 현생 인류는 다른 종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자연역사박물관의 크리스 스틴저 교수는 이번에 밝혀진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호빗족과 현생 인류의 상호 교배가 흥미로운 연구 지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현생 인류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도 교배를 했었다”며 “현생 인류에 호빗족의 DNA가 섞여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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