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확산경로 철새보다 인간”
밀매매 짭짤…암시장 우려도
조류 무역이 조류독감 확산의 새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통관을 기다리다 죽은 앵무새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야생조류 무역이 조류독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대만에서도 밀수업자가 들여오려던 구관조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산업화된 나라에선 야생조류 거래가 철새의 이동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벨기에 조류보호연맹 위그 파날 이사는 23일 “건강한 철새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며 철새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우려했다. 프랑스 식품위생안전청도 러시아의 경우 조류독감 확산이 철새의 이동 경로가 아닌 시베리아 횡단철도 노선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대의 야생조류 수입시장이다. 해마다 100여만마리의 야생조류가 유럽연합으로 흘러들어간다.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야생조류 5마리 가운데 한 마리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특히 영국은 유럽연합에서도 가장 큰 앵무새 수입시장이다. 2000∼2003년에만 세네갈, 파키스탄, 수리남 등지에서 11만4108마리의 앵무새를 들여왔다.
영국 정부는 22일 유럽연합에 모든 야생조류의 수입 금지를 요청했다. 영국의 더비 레이놀스 수석 수의관은 이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야생조류를 수입하는 것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뒷문을 열어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 정부는 이 제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4∼25일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어 이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92년 야생조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야생조류는 마약과 더불어 가장 수지맞는 밀매매 품목이다. 중남미산 마코 앵무새 같은 희귀종은 암시장에서 2천만원을 호가한다. 이 때문에 야생조류 수입 금지가 암시장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3일 전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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