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라힘 알 후세인. (AFP=연합뉴스)
시리아 난민 후세인 주자로 뛰어
폭격맞아 다리 절단 뒤 그리스행
부상 전 수영 50미터 25초 완주
폭격맞아 다리 절단 뒤 그리스행
부상 전 수영 50미터 25초 완주
5살때부터 수영을 배웠다. 그의 아버지는 수영 코치였다. 시리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강은 그의 수영장이었고, 강을 잇는 다리는 훌륭한 다이빙대였다. 친구들과 함께 수영 연습을 하던 그는 국내 대회에 출전했고, 메달도 땄다. 50m 자유형 최고 기록은 25초였다. 그의 꿈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2012년, 전쟁이 터졌다. 그가 살던 데이르에즈조르도 폭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친구를 구하려던 순간 그의 옆으로 폭탄이 떨어졌고, 오른쪽 무릎 아래 다리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1년간 터키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반복하고 의족을 달았다.
2014년, 그는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에게해를 건넜다. 그리스 사모스섬에 도착해 몇 달간의 난민생활 뒤에야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2016년, 드디어 그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성화 봉송을 하게 돼 영광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난민들을 위해서도 대단한 순간이네요.”
올림픽 수영 선수가 아닌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했지만, 성화를 전달하는 내내 시리아 난민 출신 이브라힘 후세인(27)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6일(현지시각) 오후 약 1600명의 난민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그리스 엘레오나스 난민캠프에서 후세인이 성화를 건네받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뛰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리우 올림픽의 셔츠를 입은 후세인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수백여명의 난민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그리스 난민위원회의 추천으로 후세인이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화 봉송 일주일 전 유엔난민기구와의 인터뷰에서 후세인은 “성화 봉송은 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시리아인들과 난민들, 그리스, 스포츠, 그리고 저의 수영과 농구팀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아테네의 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후세인은 낮에는 휠체어 농구 선수와 수영 선수로, 저녁에는 카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오는 6월에는 그리스에서 열리는 장애인 수영대회에도 참가한다.
현재 50m 자유형 기록은 28초. 다리를 잃기 전 최고 기록인 25초보다 3초가 늘었지만 연습을 통해 기록을 조금씩 단축할 계획이다. “제 목표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항상 앞으로 전진하는 겁니다. 운동을 통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이브라힘 알 후세인(가운데).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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