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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5살 소년은 어떻게 방에 앉아 잊혀진 마야도시를 찾았나

등록 2016-05-11 14:23수정 2016-05-11 14:23

실제 마야문명 도시 유적과 당시 기록된 별자리 일치 사실 발견
캐나다 우주국 ‘윌리엄의 발견, 놀랍고 경이로워’
윌리엄 가두리 페이스북 갈무리.
윌리엄 가두리 페이스북 갈무리.

15살 소년은 정말 고대 마야문명의 잊혀진 도시를 찾은 것일까?

캐나다 퀘벡에 사는 고등학생 윌리엄 가두리는 그렇게 확신한다. 마야문명이 남긴 천체 기록 22개와 구글맵, 캐나다 우주국(CSA)에서 받은 위성사진을 비교해 내린 결론이다. 그는 마야문명이 도시를 세울 때 별자리를 이용했다는 가설을 세웠고, 실제 마야문명 도시 유적들의 위치가 당시 기록된 별자리의 위치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3개째 마야 별자리 기록을 분석하던 윌리엄은 별은 3개인데 도시가 2곳뿐인 지역을 발견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정글숲 속에 118번째 마야 도시가 있어야 했다. 윌리엄은 이곳에 ‘불의 입’(Mouth of Fire)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다면 윌리엄은 대체 어떻게 이런 발견을 할 수 있었을까?

윌리엄은 2012년 세상의 종말을 예견했던 마야력을 접한 뒤 마야문명에 빠져들었다. 그는 “마야인들은 굉장히 훌륭한 건축가들이었지만, 종종 강에서 멀고 비옥한 지역과도 먼 실용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에 (도시를) 지었다. 그토록 발달한 문명으로서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시비시>(C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마야인들이 천문학에 뛰어났다는 사실에 기반해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했다.

윌리엄은 고대 마야문명에서 전해지는 4권의 책 가운데 하나인 <마드리드 코덱스>에서 22개의 별자리 기록을 찾았다. 이 기록에 나온 별들을 잇고 이를 구글어스맵에 비춰보며 그는 마야 천체기록에 나온 별 자리와 마야 고대 도시들의 위치가 일치하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모두 142개의 별 가운데 117개가 도시의 위치와 정확히 일치했다. 82%가 일치한 셈이다. 가장 빛나는 별의 자리에 가장 큰 도시들이 위치했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 중부에 있는 치첸 이차의 고대 마야 피라미드 카스티요.
멕시코 유카탄 반도 중부에 있는 치첸 이차의 고대 마야 피라미드 카스티요.

도시 하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연구로 13살이었던 그는 2014년 학교 과학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그 덕으로 캐나다 우주국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윌리엄의 가설을 듣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캐나다 우주국은 일반 과학자들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윌리엄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위성사진까지 받아 제공했다. 윌리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위성사진을 게시하는 100여개의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접촉해 2005년 위성사진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2005년은 유카탄 반도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던 해로, 밀림 속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됐다.

윌리엄은 캐나다 우주국에서 제공받은 위성사진(왼쪽)과 구글어스맵(오른쪽)을 비교하며 자신의 가설을 굳혀갔다. 윌리엄과 일부 과학자들은 사진 속 유카탄 반도 정글에 솟아있는 네모난 형태가 마야문명이 남긴 피라미드의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송이 윌리엄 가두리와 캐나다 우주국, 구글을 출처로 밝히고 게재한 사진.
윌리엄은 캐나다 우주국에서 제공받은 위성사진(왼쪽)과 구글어스맵(오른쪽)을 비교하며 자신의 가설을 굳혀갔다. 윌리엄과 일부 과학자들은 사진 속 유카탄 반도 정글에 솟아있는 네모난 형태가 마야문명이 남긴 피라미드의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송이 윌리엄 가두리와 캐나다 우주국, 구글을 출처로 밝히고 게재한 사진.

캐나다 우주국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윌리엄의 발견이 경이로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캐나다 우주국의 다니엘 드릴은 “윌리엄이 한 연구가 놀라운 것은 그 깊이”라며 “마야문명을 연구하는 독일의 대학 연구팀이 그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위성사진 분석에는 캐나다 뉴브런즈윅대학의 원격탐사 전문가인 아만드 라로끄 교수의 도움이 컸다. 그는 <몬트리올 저널>에 “해당 사진에 나타난 기하학적 모양들은 자연현상으로 형성됐다고 하기 매우 어려운 형태들”이라고 밝혔다. 또 “유카탄 정글에서 인류가 만든 구조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위성사진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윌리엄이 발견한 곳에 86미터 높이의 피라미드뿐 아니라 80~120㎢ 넓이의 지역에 거리와 골목이 형성되어 있고, 30개의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껏 발견된 마야 도시 가운데 4번째로 큰 도시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윌리엄은 오는 18일 맥길대학에서 열리는 캐나다 과학대회에 초청받았다. 그는 내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과학대회에도 초청받아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대 마야문명은 기원 전후 무렵 생겨나 멕시코 남동부, 유카탄 방도, 과테말라 등을 중심으로 번성했으며 천체 관측을 통해 마야력을 만들 정도로 발달했던 문명이다. 20진법을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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