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항생제 내성 보고서’ 공개
“2050년 내성 탓 한해 1천만명 사망
암·테러·당뇨 등 사망자보다 많아”
항생제 맞은 동물 섭취 큰 원인
슈퍼박테리아 감염도 비상
남용 방지와 새 항생제 개발 촉구
“2050년 내성 탓 한해 1천만명 사망
암·테러·당뇨 등 사망자보다 많아”
항생제 맞은 동물 섭취 큰 원인
슈퍼박테리아 감염도 비상
남용 방지와 새 항생제 개발 촉구
세계적으로 3초마다 한 명씩 사람이 죽어나간다. 연간 1000만명이 목숨을 잃는다. 결핵이나 성병은 다시 난치병이 되고, 맹장 수술이나 고관절 수술처럼 간단한 수술도 생명을 위협한다. 제왕절개를 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심지어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경제적 비용도 100조달러(약 11경8920조원)로 급증한다. 내성으로 인해 더 이상 항생제가 듣지 않는 ‘항생제 이후 시대’(post-antibiotic era), 2050년의 묵시록이다.
영국에서 2년여에 걸쳐 작성돼 18일(현지시각) 공개된 ‘항생제 내성(AMR) 보고서’의 내용 일부다.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골드만삭스 자산관리 부문 회장을 지낸 짐 오닐의 지휘 아래 작성된 보고서는 ‘지금 당장’ 항생제 남용 방지 캠페인과 새로운 항생제 연구 개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지체된다면 2050년에는 테러, 기후변화, 암보다 항생제 내성에 의한 사망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를 담았다.
보고서는 2050년 항생제 내성 사망자를 연간 1000만명으로 추산한다. 대륙별로는 아시아가 473만명으로 가장 많고, 아프리카 415만명, 남미 39만2000명, 유럽 39만명, 북미 31만7000명, 오세아니아 2만2000명 수준이다. 지금도 연간 70여만명이 항생제 내성 탓에 목숨을 잃어 주요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항생제 내성은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에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체 면역시스템의 내성이 증대하면서 일부 증상의 치료가 힘들어진다. 또 외부적으로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흔히 ‘슈퍼박테리아’로 부르는 다제내성 세균 감염도 늘고 있다. 사람이 직접적인 항생제 사용을 억제하더라도, 가축을 통한 간접적인 항생제 사용도 문제다. 미국에서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70%가, 영국에선 45%가 가축에게 투여된다. 사람이 항생제를 사용한 가축을 먹을 경우, 인체 내로 흡수된 항생제 내성은 더욱 높아진다.
보고서 작성을 지휘한 짐 오닐은 <비비시>(BBC) 방송에 “전세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항생제를 사탕처럼 취급하는 걸 멈추는 게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재앙이 현실화되는 ‘암흑기’를 막기 위한 긴급 조처로 세계적인 공공캠페인과 초기연구 기금 20억달러 모금 방안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1980년대 이후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에 13억달러를 제공하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반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는 제약회사에는 추가 과세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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