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유엔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서 돌연 사우디 제외

등록 2016-06-07 20:43

4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한 예멘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아랍연합군의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 무덤 앞에 앉아 있다. 유엔은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을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에서 나흘 만에 임의로 삭제했다.  사나/EPA 연합뉴스
4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한 예멘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아랍연합군의 공습으로 숨진 어린이 무덤 앞에 앉아 있다. 유엔은 사우디 주도 아랍연합군을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에서 나흘 만에 임의로 삭제했다. 사나/EPA 연합뉴스
작년 예멘 분쟁 아동 1100여명 사상
“사우디 주도 연합군 60% 책임” 보고서

사우디 반발에 나흘 만에 명단서 빼
반기문 유엔 총장 ‘입김’ 작용 뒷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아랍연합군을 아동인권 침해국(단체) 명단에서 나흘 만에 임의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우디의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6일 “유엔이 예멘 내전에서 어린이 수백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재검토할 때까지 사우디가 이끄는 아랍연합군을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앞서 2일 발간한 <어린이와 무력분쟁>(2015)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 예멘의 무력분쟁으로 어린이 510명이 숨지고 667명이 다쳤으며, 아랍연합군은 어린이 사상자 60%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엔은 “학교와 병원 공습에 대해서도 아랍연합군은 절반의 책임이 있다”며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러자 사우디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엔과 공동조사팀을 꾸려 사실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고, 반기문 총장이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6일 “유엔 사무총장은 공동조사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아랍연합군을 보고서 부속서에 등재된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성명을 냈다. 애초 뒤자리크 대변인은 “블랙리스트에는 손대지 않고 보고서 일부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며 사우디 쪽 주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런 입장을 번복하는 공식 발표를 내놨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명단 삭제 조처에 유엔 최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됐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뒤자리크 대변인의 성명이 나오자 사우디 쪽은 한발 더 나갔다. 압달라 무알리미 유엔 주재 사우디 대사는 기자들에게 “블랙리스트 삭제는 우리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것으로, 불가역적이고 무조건적”이라며 “우리는 블랙리스트에 잘못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아랍연합군의 아흐마드 아시리 대변인도 <로이터> 통신에 해명서를 보내 “유엔 보고서는 예멘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로 짜인 아랍연합군은 지난해 3월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싸우는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예멘에선 아랍연합군의 개입 이후에만 600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 절반은 민간인이다.

유엔은 “어린이를 무력분쟁에 동원하거나,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살해 또는 불구로 만들거나, 학교·병원을 공격하거나, 공격 또는 납치하는 데 관여한 그룹”을 아동인권 침해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유엔의 ‘블랙리스트’ 작성이 강대국의 정치적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선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지역의 어린이병원을 공습한 사례도 언급했으나, 그 공격은 국제연합군이 수행한 것이란 이유로 미국을 블랙리스트에 올리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지난해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강한 압력을 받은 끝에, 유엔 중동특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어린이 인권침해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고서 초안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으나 최종 보고서에서 함께 빠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